트럼프 국회 온 날, 세월호
가족이 국회의원방 '노크'한 이유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 촉구... 국민의당 캐스팅보터 역할 강조

등록 2017.11.08 20:27수정 2017.11.0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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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이 8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캠페인을 벌이기 전 의원회관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조혜지


'똑똑똑'

"실례합니다. 11월 23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꼭 통과되도록 릴레이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본회의 때 통과시켜 주십사 부탁드리려고요."

8일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노란 점퍼를 입은 23명의 세월호 가족이 층별로 국회 의원회관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오는 23일 본회의에 상정될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아래 사회적참사 특별법)' 제정에 동참해 줄 것을 전체 국회의원에게 읍소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독립성과 수사 권한을 보강한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이 국회를 찾은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지 1시간여 지난 시각이었다. 의원들이 연설 참석을 위해 여의도에 가장 많이 상주하고 있을 타이밍을 기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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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세월호 가족들이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조혜지


"큰일을 겪고 해 본 사람들은 이제 정리가 잘 돼요. 각자의 노하우가 있으니까. 국회의원들도 '내가 감시당하고 있구나'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목소리 전달을) 반복해줘야만 해요."

권미화씨(고 오영석 군 어머니)는 의원실 문을 열 때마다 세 차례씩 노크했다. 영석 엄마가 성큼 의원실로 들어가면 함께 조를 이룬 다빈 엄마와 원석 엄마가 노란 각대 봉투 속 캠페인 용지를 차곡차곡 준비했다. 지난해 5월과 7월 특별조사위원회 독립 활동 보장부터 의원실 벽 '진상규명 약속 문패 붙이기'까지, 틈틈이 국회를 찾은 경험 덕분인지 주저함은 없었다(관련 기사 : 국회의원 명패 아래 '노란 문패' 붙기 시작했다).

용지에는 '국회의원 000은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가족이 제안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11월 23일까지 제정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의원들이 스스로 이름을 적고 인증샷을 찍어 4.16연대에 보내면 완성되는 캠페인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박근혜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1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강력히 보강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안됐다. 특조위의 조사 범위는 세월호참사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참사까지 확대됐다. 특히 수사권과 특검 요구권을 더해 특조위 조사 권한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영석 엄마는 이 법안을 '크리스마스 선물'에 비유했다.

"지방에서 다 올라올 테니까 일부러 온 거죠. 의원들 지역구 내려가기 전에 만나자는 건데... 더 이상 이런 걸로 속지는 않으니까요. (법안 통과 위한 본회의가) 11월 23일이니까 아이들에게 네 번째 성탄절 선물 식으로 '땅땅땅' 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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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특조위와 2기 특조위의 차이점. ⓒ 4.16연대


"새끼들 생각하면 힘든 것 몰라" 4시간 동안 10층 건물 오르내린 이유

가족들은 7개 조로 나뉘어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통과 당락을 결정지을 캐스팅보터 정당에는 더 많은 인원이 배정됐다. 국민의당 의원 20명 몫을 담당한 영석 엄마 조는 의원실을 방문할 때마다 "1년 전 사회적 참사 해결을 위해 당이 약속한 바를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의원이 상당수 자유한국당으로 이탈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역할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사청문회나 외부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의원들이 더러 있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가족과 마주쳤다. 김광수, 박준영, 이동섭, 이태규 의원 등은 직접 캠페인에 동참하고 인증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박준영 의원은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아직도 (가족들이) 이렇게 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정상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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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이 8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김광수, 박준영, 이동섭, 이태규 의원) ⓒ 조혜지


모든 일정은 오후 5시 20분께 마무리됐다. 이동 중간에 영석 엄마가 싸 온 보온병 커피와 견과류를 나누며 10분간 한 차례 쉰 것을 빼면 약 4시간 동안 10층 건물을 가로지른 것이다. 원석 엄마는 "새끼들 생각하면 힘든 것도 모른다"면서 "꼭 통과가 돼야 할 텐데..."라고 읊조렸다.

가족들이 통과를 염원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상정 목록에 포함된 법안이다. 한 가지 수정을 협의 중인 사안은 '특조위를 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6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제안된 법인 만큼, 원안 취지대로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한편, 4.16연대에 따르면 이날까지 캠페인에 참여한 의원은 총 36명이다. 명단은 아래와 같다.

<더불어민주당(22명)>
김성수
김철민
박광온
박범계
박영선
박주민
서영교
소병훈
손혜원
안규백
안민석
안호영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이원욱
이훈
전해철
정춘숙
조승래
홍익표

<국민의당(9명)>
김광수
박준영
유성엽
이동섭
이찬열
이태규
장정숙
정동영
천정배

<정의당(4명)>
이정미
윤소하
추혜선
김종대

<민중당(1명)>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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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한 국회의원용 손팻말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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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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