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타 탑
김종성
'위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그 화두를 좀 더 이어 나가보자. 실제로 이스탄불이 위험한 까닭은 다른 데 있었다. 첫날 공항에서 블루 모스크(Blue Mosque) 근처의 숙소로 이동한 후 간단히 짐을 풀어놓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금세 저녁이 돼 주변은 어두워졌다. 비행기가 1시간 이상 연착된 탓에 생각했던 일정보다 늦어졌다. 예정대로라면 16시 10분에 도착했어야 했지만, '공항 사정'이라는 이유로 1시간 이상 지체됐다. 좀 더 느긋하게 첫날을 보내려던 계획이 뒤틀어졌다.
곧바로 숙소 밖으로 나간 까닭은 오로지 하나였다. 야경! 여행 첫날의 기대감과 흥분감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시킬 방안은 바로 그 도시의 최고의 뷰포인트(viewpoint)를 찾는 것이다. 도쿄에 도쿄타워가 있고,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이스탄불엔 갈라타 탑(Galata Tower)이 있다. 갈라타 탑은 비록 높이가 67m밖에 되지 않지만, 신시가지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제법 괜찮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트램(T1)을 타고 카라쾨이(Karaköy) 역에서 내리고 길을 건넜다.
여기에서부터 '위험'이 시작된다. '밤'의 이스탄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어두침침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스산한 느낌마저 감돈다. 갈라타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술에 취한 노숙자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펴고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갑자기 다가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랍인 남성 2명이 다가왔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더니 사진을 찍어달라는 게 아닌가. 어려운 일도 아닐뿐더러 여행 첫날의 긍정적인 기분이 가득해 기꺼이 응해줬다.
사진을 찍어준 후 가던 길을 가려는데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반갑다. 어디에서 왔냐?", "갈라타 탑으로 가는 거냐? 우리도 갈라타 탑에 올라가는 중이다", "나는 OOO이고, 얘는 XXX이다. 너의 이름은 뭐냐?", "XXX은 두바이에서 놀러 왔다. 우리는 이스탄불에서 3일을 머물 예정이다. 넌 언제 여기 왔냐?", "혼자 왔냐, 그렇다면 같이 움직이자",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다", "갈라타 탑에 갔다가 이스티클랄 거리를 들리고, 뮤직 페스티벌에 갈 건데 같이 가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