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세월호현장수습본부장)이 지난 3월 30일 오전 진도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민규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은 지난 10월 4.16연대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인물 34명"에 들어가 있다. 4.16연대는 두 사람에 대해 "세월호 인양 지연, 선체훼손, 미수습자 유실방지망 부실조치 등으로 인양을 방해한 의혹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진행된 특조위 제2차 청문회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을 포함한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무책임한 답변으로 청문위원은 물론 유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아래는 당시 권영빈 청문위원이 상하이샐비지(세월호 인양업체)의 공식보고서가 영문으로만 제출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김 부본부장(당시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 부단장)이 나눈 질의응답이다.
권영빈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의 계약 조건 중에 모든 공식문서와 보고서는 국문본과 영문본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계약 내용을 압니까?"김현태 "그렇게 써 있다면 알고 있습니다."권영빈 "증인! 증인! 지금 지위가 부단장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답변은 계약서도 본 적이 없다는 겁니까?"김현태 "그 부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된 후 미수습자 4인(조은화·허다윤·고창석·이영숙)의 유해가 수습되는 동안 이번처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때문에 김 부본부장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유해 확인 사실을 은폐한 이유와 상관인 이 본부장이 이를 승인한 까닭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할 수 없었다?일단 해수부는 23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부본부장이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발인 및 삼우제 이후 유해 발굴 사실을 전파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김 부본부장이 현장수습반에 유해발굴사실을 비공개토록 지시했고, 이를 이 본부장과 사전 협의한 정황도 확인됐다"며 이 같이 발표했다.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김영춘 장관도 "김 부본부장이 17일 발견된 유해의 주인을 이미 수습된 희생자인 것으로 짐작하고 예단했다"라며 "김 부본부장은 '17일은 미수습자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유해의 주인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아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 장관은 "장례가 연기될 경우 2주일 가량 (유해의 주인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김 부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과 2년 동안 시간을 보낸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그들이 힘든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색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혹이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행정편의주의가 미수습자와 유족의 가슴에 두 번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과 여러 차례 마주친 경험이 있다는 전 특조위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6일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18일 장례절차를 앞둔 시점에서 뼈가 나왔기 때문에, 그들이 '이러다가 스케줄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어떻게든 세월호 문제에 손을 떼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번 일은 공직사회 곳곳에 안일하고 무책임한 풍조가 배어있다는 통렬한 경고"라며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유족들 "김현태 한 사람만의 문제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