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

반복되는 현장실습 산재, 제도가 개선되어야

등록 2017.11.24 11:40수정 2017.11.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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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간 노동현장에서 요절한 제주 한 특성화고 학생 고 이민호(19)군을 추모하며, 또래 학생과 시민들이 현장실습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고 이민호 군 추모집회 지난 19일 현장실습 사고로 사망한 이민호 군의 열여덟번째 생일인 23일. 전남 순천시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고 이민호 군 추모집회지난 19일 현장실습 사고로 사망한 이민호 군의 열여덟번째 생일인 23일. 전남 순천시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배주연

23일은 지난 19일 사망한 이군이 살아있었다면 18번째로 맞이할 생일이었다.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사거리에서는 전라남도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주최로 저녁에 추모집회가 열렸다. 청소년들과 시민들은 현행 현장실습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하며 동참했다.

순천공고 이규학 교사는 "해마다 열여덟, 열아홉 살의 피어나지도 않은 꽃봉오리가 지고 있다"며 애도했다. 그리고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되풀이되는 죽음은 "바뀌지 않은 교육부 적폐"고 비판했다.

서명하는 가족 현장실습 도중에 사고로 사망한 고 이민호 군을 위한 추모집회에서 어느 가족이 현장실습 폐지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서명하는 가족현장실습 도중에 사고로 사망한 고 이민호 군을 위한 추모집회에서 어느 가족이 현장실습 폐지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배주연

이 교사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구례 모 업체에 실습을 나간 학생이 작업 종료 후 혼자 남아 청소를 하던 중, 이를 확인하지 못한 관리자가 스위치를 꺼서 프레스에 발등이 눌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청소년 노동인권 운동가인 김현주씨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현장실습을 받지도 못한 채 저임금, 노동 착취 현장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학생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와 교육 당국에 있다"면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교육적 가치를 살리는 제대로 된 현장실습"을 요구했다.    

순천여중 신선식 교사는 "(중학교) 3학년들이 한참 특성화고 원서접수를 마감했다"면서, 학생들에게 "이 문제가 너희들의 문제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또 "몇 년 전부터 현장실습 폐지를 제기하고 있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의 문제, 우리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실습 폐지에 서명하는 학생들 청소녀들이 현장실습 폐지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현장실습 폐지에 서명하는 학생들청소녀들이 현장실습 폐지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배주연

이군은 지난 7월부터 제주용암수를 만드는 음료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가 매일 12시간 이상 일을 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한 지 10일 만에 사망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LG유플러스 콜센터에 근무하던 고3 학생이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는 저임금 노동력 제공으로 변질된 실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실업계고 현장실습을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해 현장실습의 교육적 가치를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고 이민호 군 추모집회 #현장실습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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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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