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용 스케치북에 담긴 최화자씨의 일상, 여행에서 본 백두산 천지, 꽃과 나무, 새.
최화자
8절 도화지 25장이 달린 초등학생용 스케치북에는 꽃과 나무, 새, 최씨의 일상과 기념행사, 집안 달력 모사, 여행에서 본 백두산 천지, 꿈속 장면 등이 담겨있다.
앞면은 자연물 세밀화, 뒷면은 달력의 그림을 따라 그린 열두폭짜리 미니병풍도 만들었다.
논농사와 밭농사, 축산 등 복합영농을 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쁘지만, 스케치북만 펴면 피곤이 씻은 듯이 달아난다.
"보이는 거, 생각나는 거 다 그리고 싶어요."젊어서도 바느질을 하거나 수를 놓으면 "재주 있다"는 칭찬을 받곤 했지만, 그림은 난생처음 그려보는 것이라는데 누가 봐도 남다르다.
자녀들도 "우리 엄마 솜씨 너무 아깝다"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림 뒷면에 적힌 기록이 집안 분위기를 전해준다.
'며느리가 지구 색색을 사다 주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다. 며느리에게 고맙다.'황계문해교실에서는 최씨가 그린 밑그림을 복사해 색칠하기 교재로 쓰고 있다. 같은 반 동무의 재능을 격려하는 어르신들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 역시 힘이 된다.
황계리에서 나고 자라 같은 마을 총각과 결혼한 후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한마을에서 살아온 최씨에게 그림은 새로운 세상이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내어 보이는 최씨에게서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칭찬이 쑥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운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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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야 고맙다" 60년 만에 재능 발견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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