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후보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때 무슨 일이?

대주주에 퍼주기 금전거래로 기관제재... 해외투자 손실로 임원 중징계 "문제 있어"

등록 2017.11.28 18:27수정 2017.11.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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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은행장 최종 면접 대상자 2인 가운데 하나인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가 과거 금호생명보험(현 KDB생명보험) 대표로 있을 당시, 회사가 대주주에 '퍼주기' 금전거래를 하다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융당국의 지도사항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해외투자를 늘려 손실을 발생시킨 이유로 금호생명과 임원들도 중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최 대표가 자산 300조 원 규모의 우리은행을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0년 5월 금호생명보험(아래 금호생명)은 대주주 등에게 법에서 정한 한도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줘 과징금 4억5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금호생명은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금호종금의 발행어음 280억 원을 취득했다. 이는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28억 원 초과한 것이었다. 이를 포함,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최대 311억 원 가량 한도를 초과해 대주주 등에 신용공여를 해준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했다.

보험업법에는 대주주 및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가 자기자본의 40% 또는 총자산의 2%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는데, 보험회사가 대주주 등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호생명이 이를 위반한 것이다. 최 대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금호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는데, 회사가 대주주 등에 퍼주기 금전거래를 한 시기와 일치한다.

지도사항 무시하고 외화자산 투자해 손실...'문책경고' 받아

이에 앞서 금호생명은 금융당국의 지도사항을 무시한 채 해외투자를 감행해 큰 금액의 손실을 내면서 중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0년 2월 금호생명은 외화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손실을 발생시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이와 함께 임원들도 문책경고, 주의 등 처분을 받았다. 일부에선 당시 최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생명은 보험업법 등을 위반하면서 외환거래에 대한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지난 2009년 6월 기준 총 2844억 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지급여력비율이 기준치인 100%에 크게 미달하는 등 금호생명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005년 해외투자자산 중 일부 상품의 운용규모가 너무 커 이를 축소하라는 조치가 있었음에도, 이후 금호생명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 2006년 '해외투자 업무관련 유의사항 통보'를 통해 특정자산에 편중된 상황을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라는 지도가 있었지만, 금호생명은 오히려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 비중을 높였다. 이후 글로벌 경기 하락 등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2009년 기준 1393억 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우리은행노조 "문제 있어...금융경력 오래돼 외부 인사나 마찬가지"

이와 관련해 KDB생명 관계자는 "(당시 문책경고를 받은 인물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사내 감사실에선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이 최 대표였던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국 관계자도 "제재조치일은 2010년이지만 (조치 당시 임원이 아닌) 앞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제재대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 최 대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최 대표의 이러한 과거 전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달만 지나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금융인데 (퇴직한 지) 10여 년이 지난 사람은 외부인사나 마찬가지"라며 "외부 출신이 오게 되면 추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법적으론 징계가 떨어진 지 3년이 지나 금융회사 수장으로 오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그런 인물이 은행장 후보자가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조 대표는 "(최 대표가) 최종 후보자에 오른 것만으로도 우리은행 내부 인사시스템의 투명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 대표는 여러 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지금까지 조직을 잘 이끌어오신 분"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아래 임추위) 이사 중 한 명인 장동우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코멘트하기 어렵다"면서 "며칠 후 결과가 나오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장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 최 대표와 손태승 우리은행장 직무대행에 대한 심층면접이 오는 30일 전후로 진행된다. 최종 후보자 1인이 이사회에 추천되면 이사회에서는 곧바로 은행장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이후 최종 후보자는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거쳐 은행장으로 선임된다.

#우리은행 #최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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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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