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맛, 겨울철 과메기가 돌아왔습니다

등록 2017.12.11 15:02수정 2017.12.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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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겨울 바다의 맛이 무엇일까. 횟집에서 꽁치구이는 밑반찬의 단골이지만 그냥 나오려니 하는 밑반찬으로 그렇게 인기가 있지 않다. 그럼 꽁치가 가치가 있어질 때는 언제일까. 겨울철 바다의 찬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꽁치, 과메기가 매력을 발하는 순간일 것이다. 지난 번 지진 이후로 포항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과메기의 매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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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손 ⓒ 최홍대


포항의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에서 조금만 더 가면 호미곶이라는 곳이 나온다.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유명세만큼 볼 것이 많지는 않지만 거대한 손이 찾아오는 사람을 반겨준다.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까지도 한반도의 모양새가 토끼를 닮았다고 배웠지만 일제 잔재를 청산하면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되었고 이곳 호미는 '虎尾'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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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푸르른바다 ⓒ 최홍대


서해 바다와 달리 동해 바다는 유난히 짙고 푸르다. 그리고 파도가 유난히 힘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동해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한해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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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동해 ⓒ 최홍대


자연과의 조우는 항상 새로운 느낌을 만들게 한다. 조금 춥기는 하지만 호미곶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다. '숲 속의 생활'을 쓴 작가 헨리 소로는 집에 세 개의 의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해, 마지막 하나는 사교용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그 세 개의 의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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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가는길 ⓒ 최홍대


호미곶에서 조금 안쪽으로 내려오면 일본인 가옥거리로도 유명한 구룡포가 있다. 군산에도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해서 일본인 가옥이 적지 않게 남아 있지만 구룡포 역시 적지 않은 일본인의 거주 흔적이 있어 일본인 가옥 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룡포는 수심이 깊고 어족 자원이 많아서 일본 어부들이 이곳에서 어업으로 먹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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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바다 ⓒ 최홍대


신라 진흥왕이 구룡포의 근처를 지나갈 때 바다에서 10마리의 용이 승천을 했지만 그중 한 마리가 승천하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져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장소라는 의미로 구룡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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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 시장 ⓒ 최홍대


포항 남쪽에 있는 구룡포는 국내 과메기 생산량의 80%을 생산하는 과메기의 성지다. 구룡포에서 말려지는 과메기는 두 눈이 뚫려 있는 고기의 눈을 꿰어서 과메기라고 불리기 시작했단다. 차갑고 건조한 포항 앞바다의 바람을 맞은 과메기는 뱃살의 기름이 펴지기 시작하면서 발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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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과메기 ⓒ 최홍대


구룡포 시장뿐만이 아니라 포항 죽도 어시장에서는 다양한 생선들이 팔리는데 겨울이 되면 가장 많이 팔리는 말린 생선은 바로 과메기다. 예로부터 먹어왔다는 과메기는 처마에 걸어놓으면 부엌 아궁이의 불로 인해 훈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을 재료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겨울철에 말리기와 얼리기를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황태와 과메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비슷하지만 맛은 천지 차이다. 황태는 겨울철의 맛이 담백하게 입 안에서 풀리지만 과메기는 진득한 기름기와 묘한 비린내가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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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과메기 ⓒ 최홍대


최근에는 청어도 많이 잡혀서 국내산 청어과메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꽁치 과메기보다는 10마리당 2,000원 정도가 비싸다. 냉수성 어류인 청어는 한반도의 전연 안에서 어획되었으며 기록을 살펴보면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土産條)에 어획된 기록이 남아 있다. 허균이 지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의하면 "청어는 4종이 있다. 북도산은 크고 속이 희다. 경상도 산은 껍질은 검고 속은 붉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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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메기 과메기 ⓒ 최홍대


이렇게 말려지는 과메기는 통마리라고 부르는데 근해에서 잡히는 꽁치로 만들어서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내장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모두 발라내고 말린 과메기보다 고소하다. 근해산을 잡아 통마리로 말리려면 평균 15일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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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생선 과메기 ⓒ 최홍대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과메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대중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른다. 하지만 아직도 과메기의 묘한 바다향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과메기가 맛이 좋아야 한다.

냉동꽁치는 양이 많은 대신에 통째로 말릴 수는 없고 내장을 빼내고 말리는데 며칠이면 말릴 수 있어서 금방 상품화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미 연관 목(烟貫目)이라고 하는 청어 훈제품이 제조되고 있었던 것을 보면 과메기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맛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메기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청어는 일찍부터 관목(貫目)이라는 건제품으로 가공되어 많이 소비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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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맛 과메기 ⓒ 최홍대


횟집에서 상에 올라가는 꽁치는 그냥 그런 생선처럼 생각하지만 이렇게 바닷바람에 말려지고 얼렸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면서 포항 바다의 고유의 맛을 간직하게 된다. 과메기는 포항의 맛이고 조금 더 지역을 좁히면 구룡포의 맛이기도 하다. 지진으로 포항이 한바탕 흔들렸지만 과메기는 그곳에서 여전히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호미곶 #구룡포 #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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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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