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 개척단)을 소재로 한 연극<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김연재 작/정승현 연출). 이 연극은 지난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김성욱
"삑! 삐익! 개처럼 짖어!" 구호반장의 호루라기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개척단원들. 사방으로 혼비백산하다 구호반의 몽둥이질에 픽픽 차례로 쓰러진다. 쿵, 쾅, 쿵 이어지는 군홧발 소리에 누더기 차림의 단원들은 배를 움켜쥔 채 흐느끼고, 구타와 폭력의 효과음을 대신한 북소리는 계속해서 둥, 둥, 둥-
"너희같이 위험한 새끼들 교화시키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다 같이 외친다! 어머니 사랑, 정신, 보신탕!"바닥에 널브러져 신음하는 단원들, 씩씩 거리며 서있는 구호반원들 위로 무대 조명은 서서히 페이드아웃. 잠시 후 다시 무대 가운데로 환하게 조명이 켜지고, 한 개척단원이 대답 없는 동료의 두 다리를 질질 끌며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여기서 노역하다 죽어나간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극중 대사들)방 구석에 쪼그려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던 성재용(74)씨는 어느새 화면을 등지고 돌아앉아 고개를 떨궜다. 숨죽이며 극을 보던 정영철(76)씨의 눈가도 벌겋게 부어 올라있었다. 정화자(75)씨는 그 작은 손으로 연신 가슴을 문질러댔다.
지난 4일, 충남 서산시 인지면 모월3리 마을회관 안방에서 연극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김연재 작·정승현 연출)의 녹화본이 상영됐다. 연극은 56년 전 이 지역에서 자행된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 개척단)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서산을 찾은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