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교장 되겠다" 황당한 초등학교 교장

대전A초교 교장, 연구학교 추진 무산에 격분... 논란되자 "원래 착한 교장으로 돌아왔다"

등록 2017.12.14 17:24수정 2017.12.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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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교장의 내부 교사들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 해당 교장은 연구 학교 추진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11일 내부 메신저를 통해 "독한 교장, 나쁜 교장이 되겠다"라고 가시 돋친 속내를 토해냈다
A교장의 내부 교사들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 해당 교장은 연구 학교 추진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11일 내부 메신저를 통해 "독한 교장, 나쁜 교장이 되겠다"라고 가시 돋친 속내를 토해냈다심규상

교사 통제를 강화하는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계획 수립 전에 교사들에게 "독한 교장, 나쁜 교장이 되겠다"고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다(관련 기사: "불시에 교실 방문해서..." 대전 A초교 교장 '독재' 논란).

대전 A초등학교 교장은 2018년도 '연구학교' 운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교사 투표 결과, 다섯 명이 반대해 연구학교 신청이 무산됐다. 그러자 A교장은 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11일 내부 메신저를 통해 "반대한 다섯 분의 교사는 통쾌하시겠다"라며 "독한 교장, 나쁜 교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A교장이 실제로 내놓은 학교 행정 계획은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계획안에는 "현재 1, 2, 3학년 담임은 원로교사도 예외 없이 무조건 4, 5, 6학년 담임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지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저학년과 고학년 담임을 교사의 의사를 존중해 배정하고 있다.

또 교장은 친목 여행에까지 "2박 3일 또는 4박 5일 해외여행을 추진하라"고 세부지침을 하달했다. 외출·조퇴 승인은 물론 '모든 공문 기안문도 작성 전에 교장에게 1차 구두결재 하라"고 하달했다.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장의 내년도 학교 행정 계획안이 지나치게 교사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장의 내년도 학교 행정 계획안이 지나치게 교사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심규상

논란되자 "원래 착한 교장으로 돌아왔다"며 사과

A교장은 계획안이 논란이 되자 14일 다시 내부 메신저를 통해 사과하며 "원래 착한 교장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천사같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마음에 없는 말과 글로 마음을 아프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반대했던 다섯 분의 마음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하겠습니다. 원래대로 착한 교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편안하게 학교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A교장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도 "연구 학교 지정을 추진하다 일부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돼 화가 나서 만든 계획안으로, 본심은 아니었다"며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학교 교사들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한편, '연구학교가 뭐길래' 교사들에게 보복 행정까지 하려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학교는 학교장의 신청으로 시 교육청이 지정하는데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운영비 등이 나오고 유공 교원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학교 교육의 전반적인 개선과 연구내용의 활용으로 교과과정의 다양화도 꾀할 수 있다.


반면 연구학교가 일부 교원들의 승진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이 되거나 예산 따내기를 위한 전시행정으로 치우쳐 '관료주의의 극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간발표, 중간보고, 최종보고 등 보고나 발표에 치중하느라 정작 교재 연구나 학생 상담과 생활지도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애써 만든 연구내용이 교재로 활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도 교사들이 연구학교 지정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대전 #초등학교 #대전시교육청 #연구학교 #보복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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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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