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책속물고기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에 나오는 사람, 그러니까 이 그림책이 다루는 사람은 어릴 적에 '부지런히 일하기를 좋아했다'고 해요. 아이가 부지런히 일하기를 좋아하다니? 그럴 수 있느냐고 물을 분이 있을 텐데, 참말로 아이는 늘 부지런하다고 느껴요. 처음에는 노느라 부지런하고, 다음에는 '어버이 살림을 살피면서 어떤 심부름을 하면서 집안일을 거들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기에 부지런하지 싶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분은 어릴 적에 '밭일 부지런쟁이'였다고 합니다. 1800년대 영국이라면 한국도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도시이건 시골이건 들이나 숲이나 밭이 넓었으리라 느껴요. 1800년대 영국 아이 하나는 바지런히 제 텃밭을 일구어 남새를 거두었다 하고, 길에서 팔았다 하며, 스무 살쯤 이르러 '남새 가게'를 열었다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스스로 집살림을 거들고, 스스로 바지런히 밭일을 하다가 남새 가게까지 열었으니까요. 그런데 바지런은 멈출 줄 몰랐대요. 남새 가게를 하나둘 늘렸고, 목돈이 모이자 설탕 공장을 차렸다는군요.
덩달아 미술관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가 미술관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 상상도 못 할 걸요?세상에는 멋진 그림과 조각품이 참 많았어요. (14∼15쪽) 바지런한 사람은 여느 때에는 무엇을 할까요? 일하며 돈을 버느라 바지런하기만 하던 사람은 여느 자리에서는 무엇을 즐길까요? 어쩌면 일이나 돈을 빼고는 눈에 잘 안 들어올 수 있어요. 일하거나 돈을 버는 데 말고는 참말로 마음을 안 쓸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앞만 보고 달리던 한 사람은 어느 날 문득 '그림'을 보았대요. 아마 그때까지 그림이 아닌 '일하기·돈벌기'에만 마음을 쏟았고, 일하고 돈 아니고는 하나도 안 보였으리라 느껴요. 책 읽을 틈이 없었을 수 있고요.
이런 일벌레나 돈벌레인 분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본 그림'을 보고서 깜짝 놀랐대요. 저도 그림책에서 이 대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만 알던 사람이 어떤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기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요? 일하고 돈만 바라보며 앞길을 내달리기만 하던 사람이 참말로 어떤 그림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이날 뒤로는 미술관 나들이를 그토록 즐기는 사람으로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