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주변 풍경 현재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기 위한 1인 시위가 진행중이다
홍윤호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부산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이 합의의 연장에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되면 같은 선상에서 서울의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도 철거 혹은 이전돼야 한다. 그러니 더욱 평화의 소녀상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의도는 알겠으나 그 '위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아. 그 '위치'야말로 핵심이다. 소녀상은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정식으로 지난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며 그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항의의 표현물이며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의 표현이다.
소녀상이 무슨 기념물이나 관광의 대상도 아니고,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좋은 위치가 부산 전체에서 이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과거 제국주의 일본 정부의 인권 유린과 조직적인 성폭력 그리고 현재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뻔뻔함에 분노하는 것은 정당한 분노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더욱 일본 영사관 앞에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태도다. 가해자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도 달라지는 법이다. 그들이 진즉에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배상하면서 그들 스스로 이러한 조직적인 성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의지를 보였다면, 우리가 이렇게 분노하며 강하게 나섰겠는가.
이 문제는 국가 간의 문제를 넘어선, 인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여성의 인권이 국가와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철저하게 억압되고 유린된 극단적인 사안이다. 전쟁 상황에서 약 20만 명의 조선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가 성 노동을 강요당한 사안이다. 더구나 전쟁이 끝나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집단 학살도 자행됐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후유증에 시달리며 숨어 살아야 했다. 따라서 철저한 배상과 명예회복이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있는 위안부 합의를 명분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 해 주한 일본 대사를 철수시켰던 일본 정부의 태도는 후안무치를 넘어선 뻔뻔함의 극치였다. 얼마 후 돌아오긴 했지만. 정치용일지는 모르지만, 그 조치 자체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알 만한 부분이다.
주변의 숱한 빌딩숲과 담장이 무척이나 높아 거의 하루 종일 그늘지고, 그 안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주부산 일본 총영사관(처음 찾아갔을 때 무슨 교도소에 온 줄 알았다). 소녀상을 영사관 내에 세운 것도 아니고, 영사관 정문 앞에 잘 보이도록 세운 것도 아닌데,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이를 시비 걸고 문제 삼는 일본 정부. 소녀상 뒤에서 올려다보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일장기. 참 지지리도 못나고 아픈 우리의 역사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아울러 우리 역사 속 지도층이나 지배층이 해 왔던 숱한 못난 행태들도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학생 시절 똑똑하고 공부 잘 해서 지금 정부와 외교부의 상층부에 자리하고 있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다. 제발 그 좋은 머리를 대한민국의 자존과 국민들의 존엄을 위해 쓸 수는 없겠는가. 억울해하고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국민을 상대로 국제 예양이니 뭐니로 소녀상 이전이 마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상대로 스스로가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하게 하여 진정한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래서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수는 없겠는가.
당신들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대한민국의 지도층 아닌가. 국민들이 권력과 권한을 위임했다면, 그 좋은 머리와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라고 한 게 아니겠는가.
국가·정부가 바로 서야 국민이 편하고 피해를 입지 않는다한일 위안부합의가 폐기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폐기되더라도 평화의 소녀상 답사는 계속될 것이다.
그 시작은 부산이다. 일본이 자신들의 힘을 모아 외부로 팽창할 때, 대륙 침략의 거점 내지는 교두보가 되는 곳이 부산이다. 그러니 이를 막아내는 것도,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도 부산에서부터라야 한다.
* 답사 정보- 주 부산일본국총영사관 길가 담장 옆 위치 - 주소는 부산 동구 고관로 18 일본국총영사관- 대중교통으로는 부산 지하철 1호선 초량역 5번 출구 혹은 7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 아이를 데리고 온 뜻있는 부모라면, 인근의 부산과학체험관과 함께 들러보면 좋다. 혹은 부산과학체험관에 체험하러 온 김에 잠깐 소녀상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 부산과학체험관 051-792-3000, http://scinuri.pe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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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서 본 일본 영사관, 그래서 여기 세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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