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살 수 없는 세상은 사람도 살 수 없다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를 읽고

등록 2017.12.28 08:29수정 2017.12.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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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만나려고 전국 방방곡곡 가지 않은 곳이 없어. 새를 만나는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거든. 하지만 새는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지. 새를 잘 알지 못하면 가까이 가기 어렵거든. 새를 배려할 줄 알아야 더 친해질 수 있어. 그래서 새는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 4쪽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갈매기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이도에 간 적이 있다. 보이는 갈매기는 겨우 한 마리 뿐이었다. 아들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갈매기가 멀리 날아가 버렸고 아들의 입이 댓발 나왔다. 아이 아빠가 '현아 여기 갈매기 있네 끼룩끼룩 끼룩끼룩~' 하며 웃겨서 아이 기분을 풀어주었다. 만일 새를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비록 새를 만나지 못했어도 아쉬움은 남았겠지만 후일의 만남을 기약하며 마음 상하지 않고 돌아오지 않았을까.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철수와 영희)는 170여 종의 새를 3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지구상에는 1만 종의 새가 있고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새는 500여 종이라고 한다.

저자는 새의 생김새, 종류, 생활 습성, 부리와 발톱의 모양을 사진과 함께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누가 읽어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책은 '첫째 새들의 다양성, 둘째 위대한 탄생, 셋째 날아라 새들아, 넷째 계절이 바뀌면, 다섯째 새와 함께'라는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은 '두루미'와 다른 새인가요?

a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 표지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 표지 ⓒ 철수와 영희

이름 알기는 정말 흥미롭다. 부리의 모양, 깃털 색, 울음소리 몸짓의 특성을 따라 이름을 붙인 것과 달리 지역에 따라 별명처럼 달리 부르는 이름이 흥미를 끈다.

'새마다 공식 이름이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리거나 예전부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새들도 있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에 나오는 뱁새의 공식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야. 흔히 학이라고 부르는 새도 공식 이름은 두루미지.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한 종의 새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면 혼동이 생길 수 있어.' - 12쪽

'뱁새'의 진짜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고 '학'은 공식 이름은 '두루미'란다. 학과 두루미는 같은 새인 것이다 생물의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명이라는 세계 공통의 생물 이름으로 분류를 한다.


학명은 라틴어로 지으며 비슷한 무리를 나타내는 속명과, 종명 두 개의 단어를 합쳐 짓는다고 한다. 새를 좋아하다보면 학명을 찾아보게 되고 저절로 언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집짓기와 번식 과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 부분도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알게 만든다.

'둥지 재료를 보면 그 새의 생활 환경을 알 수 있어. 풀, 나뭇잎, 나뭇가지 등 천연재료부터 실, 비닐, 종이 등 사람이 쓰다 버린 인공 재료까지 각양각색이야. 둥지는 컵 모양이 가장많아. 나무나 건물 벽 등에 붙여 짓기도 하고, 땅 위에 간단히 나뭇가지를 오려 짓기도 하지. 흙벽이나 나무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짓기도 해.' - 44쪽

새는 천적의 위험을 피해 벼랑에 집을 짓고 알을 낳기도 하고 뻐꾸기처럼 탁란(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시킴)을 하는 새도 있다. 자연에서의 생존의 전력이라고는 하지만 '둥지 주인의 알보다 빨리 알 밖으로 나와서 다른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쳐버린다'고 하니 씁쓸하다.

천둥오리 같은 겨울새,  제비 같은 여름새 등 철새도 있고 사시사철 볼 수 있는 비둘기나 멧새 같은 텃새에 대한 소개도 있다. 요즘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비둘기다. 아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만 해도  공원에 새우깡이나 라면을 가지고 가서 뿌려놓고 비둘기가 몰려들면 얼른 사진을 찍곤 했다.

지금은 비둘기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 도시녹지 과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경고문까지 붙여 놓았다. 의존적이 되어 야생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여름 철새의 대명사인 제비나 노래 가사로 익숙한 뜸부기를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사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먹이를 주어 길들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내면 생명의 고리는 저절로 이어지게 될 테니 말이다. 자연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의 이야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비가 돌아오는 일이야말로 흥부에게 보물 박씨를 물어다 준 일만큼 기쁜 일이 아닐지. 새를 통해서 자연과 만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새가 살 수 없는 세상은 사람도 살 수 없다"라는 말이 있어. 생태계의 최고 소비자 위치에 있는 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사슬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거든. 새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도 살아가기 힘들지도 몰라." – 4쪽
덧붙이는 글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 글. 사진 김성현/철수와 영희/ 18,000원

김성현이 들려주는 참 쉬운 새 이야기

김성현 지음,
철수와영희, 2017


#새 #생태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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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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