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빙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학생들
오문수
필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은 1년에 두 번 있는 '그린장터'가 열리는 날이다. 그린장터는 학생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는 날로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날이다. 강당에 들어가니 5·6학년 학생 140여 명이 모여 먹을 것을 나눠먹으며 담소하고 있었다.
질서를 유지시키고 분배를 책임지는 분들은 모두 담임들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상품과 먹을 것도 담임교사들이 협의해 구입하고 직접 마련한 음식들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품목에는 닭강정, 학용품, 호빵, 떡볶이가 놓여 있었지만 닭강정은 이미 품절이 됐다.
그린마일리지 점수가 가장 높은 1등은 모두를 가질 수 있고 2등은 한 개 적게, 3등은 2개가 적다. 1등을 한 학생들이 점수가 적어 먹을 것이 부족한 학생들과 오순도순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정겹다.
행사가 끝나고 6학년 1반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과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연우 학생이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생각을 발표했다.
"점수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좋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점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임승환 학생이 보충설명해줬다. "그린마일리지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게 돼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3등까지만 주신다고 해서 손을 들었는데 뽑히지 못했을 때 "왜 쟤만주지?"하는 불만도 있어요. 승환이 얘기를 들은 이영주 담임교사가 "미안하다. 얘들아!" 하는 답변을 해줬다. 교육현장에 섰었던 필자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 보충 설명해줬다.
윤인규 학생은 "좋은 생활방식을 해야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영주 교사의 설명에 의하면 "지각하거나 숙제를 안해오던 학생들이 변했다"고 한다. 학기초 교장선생님의 제안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점수로 줄 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주 교사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