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일리지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게 돼요"

그린마일리지 제도로 바른 생활태도 만드는 소호초등학교

등록 2017.12.27 16:37수정 2017.12.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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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호초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그린마일리지 시스템
소호초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그린마일리지 시스템오문수

"교장실이 어디입니까?"
"예! 오른쪽 복도를 가다보면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데요."
"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

26일(화) 오전 10시, 여수시 소호동에 있는 소호초등학교(김준 교장)를 방문했다. 때마침 현관에서 마주친 교사에게 교장실 위치를 물으며 나눈 대화 내용이다.

복도를 따라 필자를 안내하던 교사가 선 자그만 교실 앞에는 '교육상담실'이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30년 이상 교육현장에 있었고 많은 학교를 취재하며 교장실을 못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년 이상 교육현장에 있었던 필자가 교장실을 찾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교장실이 아닌 '교육상담실' 팻말이 붙어 있었다. 교장에게 이유를 물으니 학부모가 찾아와 상담했을 때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친근한 모습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30년 이상 교육현장에 있었던 필자가 교장실을 찾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교장실이 아닌 '교육상담실' 팻말이 붙어 있었다. 교장에게 이유를 물으니 학부모가 찾아와 상담했을 때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친근한 모습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오문수

교장실 크기도 일반교실 1/3정도 밖에 안됐다. 권위적인 교장이 근무하는 학교일수록 교장실이 크고 화려한 게 일반적 모습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아니다.

필자가 소호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김준 교장과 차 한 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달여전 소호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금오열도 끝자락에 있는 안도에서 오케스트라 공연할 때 1박 2일 동행하며 김 교장의 인품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른생활태도 함양을 위한 '그린마일리지제도'

김 교장에게 "요즘 학생지도가 힘들죠?"라고 물으며 "인성지도를 위한 제도가 있으면 안내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그가 교육계획서에 있는 '그린마일리지제도'를 보여주며 취지를 설명했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방문하자 유치원생들이 교장선생님과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방문하자 유치원생들이 교장선생님과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오문수

"요즈음 교사들은 힘들어요. 특히 생활지도를 조금만 과하게 하면 SNS에서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에 못 본체하는 경우가 있어요. 고민하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의 나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게 바로 그린마일리지입니다."


그린마일리지제도란 상점과 벌점을 통해 학생들의 자율적인 준법성과 책임의식을 높이는 제도이다. 상·벌점은 개인별 통계를 유지해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지도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그린마일리지 디지털 시스템을 사용한다.

학생이 상급학년으로 진급할 경우에도 과거의 상벌누계점수는 삭제하고 기록은 본교 재학기간까지만 유지 관리한다. 벌점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학생은 단계별 선도교육을 실시한다. 일정 수준의 상점 취득학생은 벌점 감면 또는 수상추천의 우선권을 부여한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그린장터 모습으로 학생들의 활동에 따라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더 많은 상을 받지만 상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 적게 받은 학생과 함께 앉아 나눠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그린장터 모습으로 학생들의 활동에 따라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더 많은 상을 받지만 상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 적게 받은 학생과 함께 앉아 나눠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문수

 친구들과 빙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학생들
친구들과 빙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학생들오문수

필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은 1년에 두 번 있는 '그린장터'가 열리는 날이다. 그린장터는 학생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는 날로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날이다. 강당에 들어가니 5·6학년 학생 140여 명이 모여 먹을 것을 나눠먹으며 담소하고 있었다.

질서를 유지시키고 분배를 책임지는 분들은 모두 담임들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상품과 먹을 것도 담임교사들이 협의해 구입하고 직접 마련한 음식들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품목에는 닭강정, 학용품, 호빵, 떡볶이가 놓여 있었지만 닭강정은 이미 품절이 됐다.

그린마일리지 점수가 가장 높은 1등은 모두를 가질 수 있고 2등은 한 개 적게, 3등은 2개가 적다. 1등을 한 학생들이 점수가 적어 먹을 것이 부족한 학생들과 오순도순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정겹다.

행사가 끝나고 6학년 1반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과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연우 학생이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생각을 발표했다.

"점수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좋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점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임승환 학생이 보충설명해줬다. "그린마일리지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게 돼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3등까지만 주신다고 해서 손을 들었는데 뽑히지 못했을 때 "왜 쟤만주지?"하는 불만도 있어요. 승환이 얘기를 들은 이영주 담임교사가 "미안하다. 얘들아!" 하는 답변을 해줬다. 교육현장에 섰었던 필자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 보충 설명해줬다. 

윤인규 학생은 "좋은 생활방식을 해야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영주 교사의 설명에 의하면 "지각하거나 숙제를 안해오던 학생들이 변했다"고 한다. 학기초 교장선생님의 제안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점수로 줄 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영주 교사의 얘기다.

 6학년 1반에서 그린마일리지 점수를 가장 많이 받은 김나연 학생 곁에 선 이영주 담임. 120점을 받은 나연이는 예의 바를 뿐만 아니라 빠짐없이 숙제를 해온다고 한다
6학년 1반에서 그린마일리지 점수를 가장 많이 받은 김나연 학생 곁에 선 이영주 담임. 120점을 받은 나연이는 예의 바를 뿐만 아니라 빠짐없이 숙제를 해온다고 한다 오문수

"교장선생님이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하셨을 때 저도 반대했어요. 아이들을 점수로 줄세우고 싶지 않았어요. 헌데 1년이 거의 다 된 현재 제가 생각했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아요. 학교폭력이  하나도 없었고 민원도 없었습니다."

6년간 누가기록한 '꿈자람기록장'... 진로와 직업탐색 이정표가 돼

 소호초등학교 전교생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 및 꿈을 6년 동안 기록하는 '꿈자람기록장'을 갖고 있다.
소호초등학교 전교생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 및 꿈을 6년 동안 기록하는 '꿈자람기록장'을 갖고 있다. 오문수

소호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모든 학생들은 '꿈자랑기록장'이 있다. 기록장에는 자신과 가족사항, 자신의 장단점, 미래의 직업, 적성, 직업의 종류 알아보기, 자신의 성격, 닮고 싶은 사람, 선호과목, 동아리활동, 심리검사결과, 나의 진로상담일지 등 28가지의 항목이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나의 꿈 변천사'도 기록하게 돼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는 걸 알 수 있다. 김준 교장이 '꿈자람기록장'을 만든 취지를 설명해줬다.

"학생들의 적성과 취미, 방과후부서, 적성검사결과 등을 6년간 누가 기록함으로써 나의 미래 진로나 직업탐색의 이정표로 활용하고 대학교 학과 선택시 수학능력점수보다 나의 적성과 능력에 대한 객관적 분석자료로 활용하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특히 4차 산업시대 잡노마드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적 전문가를 기르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꿈자람기록장'을 기록한 김다온(5년) 양은 역사를 만화로 그리는 게 꿈이다. 닮고 싶은 사람으로 손석희 아나운서를 지목한 이유를 들어보았다.

 '꿈자람기록장'을 잘 기록한 김다온(5년) 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역사를 만화로 그리는 게 꿈이다.
'꿈자람기록장'을 잘 기록한 김다온(5년) 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역사를 만화로 그리는 게 꿈이다.오문수

"뉴스를 진행하면서 대담자들이 틀려도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게 너무 멋있어요. 가족들이 좋아하는 JTBC는 다른 방송보다 진실한 정보를 제공해줘요. 그런데 뉴스시간에 학원에 가는 경우가 있어 아쉬워요."

김다온 양의 꿈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의사·요리사(1학년). 가수·교사(2학년). 교사·수의사(3학년). 공학자(4학년). 공학자·만화가(5학년).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수 앞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교실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학생들의 눈 때문일까?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자라는 초등학생들의 환한 미소를 생각하며 푸른 하늘을 본다. 그래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자라라!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소호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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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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