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조사위가 법원행정처 PC 직접 조사 방침을 밝힌 이후 TV조선 저녁종합뉴스의 관련 보도(12/26~1/11)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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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내용에서도 TV조선은 남다른 태도를 드러냈는데요. 먼저 이 시기 KBS와 MBN은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보도를 내놓았을 뿐입니다. MBC는 단독 보도 <법원 PC 열었더니 판사 블랙리스트 확인>(1/3 https://goo.gl/vKBKNP)을 통해 "법원의 조사위원회가 지난주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했고, 그 결과 그 속에서 문제의 블랙리스트를 찾아"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추가조사위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침해죄 논란과 관련해 비밀침해죄 가능성이 큰 이메일은 조사에서 원천 배제하고 시기 등을 특정해 조사한 만큼 법 위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반면 TV조선이 추가조사위 방침 발표 직후 내놓은 <따져보니/판사PC 강제 개봉 적법?>(12/27 https://goo.gl/7Vq6tV)은 제목 그대로 조사위의 행정처 직원 PC 조사가 '강제 개봉'이고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PC 개봉 후폭풍…전현직 대법원장도 조사?>(1/4 https://goo.gl/4jpfNy)도 조사위의 PC 개봉 결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외 <'행정처 XXX, 양승태 000'…판사들 '막말'>(1/9 https://goo.gl/tvBm8r), <신동욱 앵커의 시선/법관들의 막말>(1/9 https://goo.gl/dMvKwv)은 판사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TV조선과 같은 날 똑같은 지적을 내놓은 곳은 채널A입니다. <익명게시판…'판사님의 막말'>(1/9 https://goo.gl/CQq5Pf)은 "판사들 사이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아냥으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번 '막말 판사' 지적의 시작은 조선일보그런데 TV조선과 채널A가 동시에 제기한 '막말 법관 프레임'을 이보다 먼저 선보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미 작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될 당시부터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에 반발하는 일선 판사들을 '개혁의 걸림돌'로 치부하는 보도를 내놓았지요. (민언련 <'판사 블랙리스트'보다 일선 판사 '말투'에 집착한 조선>(2017/6/29 https://goo.gl/TiBU4c))
특히 당시 조선일보는 <만물상/"양승태씨!">(2017/6/27 https://goo.gl/UgwPej)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판사 전용 게시판에 인신공격성 글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어느 고법부장 판사는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비아냥대는 후배 판사들에게 글로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양승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양승태 씨'라고 부른 글까지 올라왔다" "판사들이 그 익명의 그늘에 숨어 할 말 못할 말 다 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를 향해 '꼴통 새X'라고 욕설 퍼붓는 네티즌들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판사들을 '내부에서 꼴사납게 시비나 거는 인사들'로 폄훼하고, 그들이 지켜볼 가치가 없는 막말로 말싸움이나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인데요. 문제라고 지적한 그 사안 자체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문제라고 지적한 손가락이 마음에 안 든다며 '손가락질'만 부각해 시비거는 행태를 보인 셈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당시 <만물상>에서 선보인 이 논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올해 관련 조사가 재추진될 기미가 보이자 같은 논리를 다시 꺼냈들었거든요. 이번 추가조사위 발표 이후 포털 송고 기사를 기준으로 '판사 욕설' 지적을 제일 먼저 꺼내든 것도 조선일보입니다.
9일 조선일보가 내놓은 '판사 욕설' 보도는 지면 기준으로는 3건, 온라인 기준으로는 2건인데요. 이 중 <팔면봉>(1/9 https://goo.gl/owR7ri)과 <"양승태 적폐 따까리"… 동료 판사 욕하는 판사들>(1/9 https://goo.gl/D2jz6a)은 무려 1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10면 보도의 제목은 <"행정처 개XX, 은따 시키자" 익명에 숨은 판사들의 민낯>(1/9 https://goo.gl/D2jz6a)입니다.
이들 보도에서 조선일보가 특별히 부각한 것은 판사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일선 판사들의 '욕설'입니다. <"양승태 적폐 따까리"… 동료 판사 욕하는 판사들>의 경우 첫 문장부터가 "'양승태(전 대법원장) 적폐 종자 따까리들아' '니들의 쓰레기 같은 억지, 트집 잡기는 공해 짓거리야'… 최근 판사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입니다.
10면 보도 <"행정처 개XX, 은따 시키자" 익명에 숨은 판사들의 민낯>에서는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4월 이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단 사법부에서 일단락 지은 것이다. 그러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했고, 김 대법원장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문장으로 이번 사안을 정리했는데요. 재조사를 요구한 것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만이 아니며, 지난해 4월 조사위 조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재조사 요구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사실상 사안에 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