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65명 해고에 한국지엠 노사 갈등 증폭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5명이 새해 첫날 해고됐다. 한국지엠에선 거의 매해 이맘 때 원청인 한국지엠이 사내 하청업체를 변경하면서 기존 하청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승계 될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전과 다르다. 전에는 업체가 바뀌면 승계가 되곤 했지만, 이번엔 한국지엠의 인소싱(원청이 하청에 줬던 사업을 되가져가는 것)에 따라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한국지엠은 경영난이 지속되자 지난해 10월부터 인소싱을 통해 부평공장의 엔진ㆍ부품 포장 등 하청업체에 맡겼던 공정 일부를 사내 정규직에 넘겼다. 결국 비정규직부터 정리해고가 시작된 것이다. 아울러 바뀐 하청업체는 다른 업체에 재파견을 주는 등 기존 비정규직은 설자리를 잃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가 지난 10일 집회를 열어 불법파견 중단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자, 한국지엠은 용역 경비 200명을 투입해 이들의 공장진입을 막는 등 대치상황이 전개됐다.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용역 투입을 사측의 심상치 않은 대응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의 인소싱과 이에 따른 고용불안에 맞선 비정규직지회의 쟁의행위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65명이 해고되자 비정규직지회의 쟁의행위 규모 또한 커졌고, 사측 또한 이에 대응에 용역 경비 200여명을 배치하는 강경하게 반응했다.
부평비정규직지회는 "유성기업이나 갑을오토텍처럼 용역 경비 투입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물리적 충돌을 야기해 노조활동을 위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에 문재인 정부 때 첫 용역 경비를 배치하더니, 부평공장에도 배치해 노조 활동을 위협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1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선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 때 사측이 용역 경비 30명을 투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됐다.
반면, 사측은 과격한 행동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부평비정규직지회가 본관에 진입하다가 출입문이 부서지고, 사장실 바로 앞까지 진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12월에는 벽면에 달걀이 투척되기도 했다"며 "회사 안전을 위해 용역 경비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비정규직지회의 출근투쟁을 비롯한 쟁의행위 또한 지속 될 전망이라,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유죄 확정 한국지엠, 불법파견으로 또 형사고소
금속노조와 한국지엠 부평공장, 군산공장, 창원공장의 각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일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금속노조와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카젬 사장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부평·군산·창원공장의 사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자동차 차체조립 등 자동차 생산 업무를 맡기는 등 노동자를 불법으로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대법원은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에 대해 이미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2월 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불법파견을 한 닉라일리 한국지엠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불법파견 소송과 더불어 중요한 소송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190여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다.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월 인천지방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결심공판은 1월 18일로 예정 돼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파견법 상 직접생산 공정에 간접고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도급 형태로 간접 고용하는 것은 불법 파견인 만큼, 법원에 정규직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게 소송의 골자다.
이 소송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2014년 2월 4일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 '한국지엠의 도급형태 간접고용은 불법파견이니 직접 고용하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 지회는 사측이 2월 판결을 앞두고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은 법원 판결을 앞두고 파견전문 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파견업체들은 다시 자회사를 세우거나 또 다른 파견업체에 파견을 줬다"며 "한국지엠이 불법파견 책임을 '바지'사장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지엠은 하청업체 중 파인드림(주)을 서포트라인(주)로 변경했는데 이 업체가 홍산HR(주)에 인력을 재파견하게 했고, 옛 유경테크노(주)를 초이스시스템(주)로 변경했는데 이 업체는 다시 위아솔루션(주)에 재파견을, 인코웰(주)에서 바뀐 스텝포유(주) 또한 위켄테에 재파견을 줬다.
험난하고 서러운 비정규직노동자의 고용승계 투쟁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은 해고 대상자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 대상자"라며 "해고와 불법파견을 즉각 중단"하고 고용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지만 회사는 꿈쩍 않는다.
한국지엠이 65명을 해고하자 금속노조 인천지부가 대책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한국지엠지부에 제안해 인천지부, 한국지엠지부, 부평비정규직지회 3자 간담회가 지난 12일 오전 열렸다. 이들은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선 65명 중 49명은 인천항 한국지엠 KD센터(반제품 수출포장) 업체 소속으로, 이 업체는 한진과 CJ대한통운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라 한국지엠지부는 나서길 꺼리는 입장이다. 반면,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만큼은 고용을 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16명의 경우도 비정규직지회는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지엠지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지부는 고용이 중요한 만큼, 일부는 변경된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게 하고, 일부는 회사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무급순환휴직을 실시하자는 의견이지만, 비정규직지회는 그럴 바엔 해고상태로 있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부평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수용하면 고용이 승계되는 건 맞다. 하지만 휴직이나 월급이 없다. 무급휴직이 몇 개월 될지 모르는 데, 그럼 그 때까지 어떻게 살라는 얘긴가. 그럴 바엔 차라리 해고 노동자 신분으로 실업급여를 받으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복직투쟁을 전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투쟁은 험난하기만 하다. 2월에 법원이 지난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한국지엠의 도급형태 간접고용은 불법파견'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들어줘도, 최종 판결은 또 대법원까지 가게 돼 있다. 지난한 복직투쟁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방노동위원회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다.
부평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직접생산 공정에 불법파견을 사용한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해고를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그동안 대응을 보면 지방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대도 다시 중앙노동위원회로 갈 가능성 높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면 행정소송이 갈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최종 확정은 대법원까지 가야하만 한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가 목적인 파견법이 불법파견 인정즉시 정규직 전환을 규정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길은 이처럼 험난하고 서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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