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커플 중 관계가 돈독한 경우라면 '나중'을 필연적으로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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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커플 중 관계가 돈독한 경우라면 '나중'을 필연적으로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성소수자의 서사로 알려진 것은 아니나 짐작해 봄직한 서사들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두 할머니 중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그분 명의의 아파트에서 다른 할머니를 내쫓고 가족들이 그 유산을 모두 가져간다든가 하는 이야기 등- 을 통해, '우리 커플도 그렇게 되면 어쩌지?' 걱정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직까지 한국에 동성결혼이나 파트너십 제도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선책이 될만한 제도는 존재한다.
늙고 아프면 어쩌지?
갑자기 자신 혹은 파트너가 위독해질 경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보호자로 인정받을 수 없고, 혹시라도 가족과 파트너가 의절했을 경우 수술 사인을 해야하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다. 의료기관에서는 위중한 수술의 경우 보호자로서 가족의 동의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지 않는 한, 환자의 동의만 있으면 법정 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수술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보호자의 사인을 요구하는 것은 수술비·수술의 책임 등 향후 분쟁 문제를 우려해서다. 이 경우 강하게 '환자인 자신이 수술 동의를 했으니 문제 없다'고 이야기 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해 성년후견제도가 있다. 성소수자 커플은 그 중 '임의후견계약'을 해놓을 수 있다. 후견 계약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경우, 본인 또는 후견인이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고, 이에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 그때부터 그 내용이 이행된다. 이 경우 자신의 재산 관리 및 신상 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이 그 위탁 사무에 관해 대리권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후견 계약은 공정증서에 의해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후견등기부에 등기해야 한다. 후견 계약이 성립되는 시기는 실제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여 그 전에는 후견 계약 철회가 어렵지 않다. 공증을 받아서 후견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해져, 후견 계약에 의해 임의후견 감독인이 선임되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현재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신청한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고 한다. 파트너와 든든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미리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임종에 가까워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인공호흡기를 계속 달 것인가, 투석을 계속 의미 없이 할 것인가 등 연명치료 결정을 하는데 본인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놓지 않으면, 법적 대리인 (가족-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는 사전의료지시서라는 제도가 있다. 본인이 질병 등의 상태로 의료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의료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 사무에 관하여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선택해서 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고, 파트너로서 포괄적으로 재산 관리뿐 아니라 신상 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를 위탁할 수 있다.
재산 관리의 경우, 현금과 예금, 주식과 펀드, 채권과 채무, 기타 자산, 생활비와 간병 비용 부동산 등의 관리에 대해 대리권을 파트너가 가지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즉 파트너가 내 예금에서 병원비를 낼 수 있는 등 공식적 접근 권한이 생긴다. 신상보호 같은 경우도 의료행위의 동의, 거주 및 이전에 관한 결정, 면접교섭에 관한 결정, 우편 및 통신에 관한 결정, 사회복지서비스 선택 또는 결정, 간병과 일상생활의 보조, 치료 병원의 선택까지도 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외의 사람에게 그 대리를 맡길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서, 자신이 임종 전 어떻게 의료적 조치를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나나 내 파트너가 죽으면 어쩌지?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모두 알지만, 나이가 젊을 경우 일상적으로 죽음을 대비하게 되지는 않는다. 유언장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삶의 의미를 환기하기 위해 하는 경우인 것 같다. 그러나 안심하고 커플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유언장은 작성을 해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법률적인 의미에서 유언은 자신의 사망 후 법률관계를 정하는 의사표시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이 되려면, 반드시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야 한다. 그러한 방식이 아닐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 (민법 제 1060조)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 작성 방법은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나는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으니 파트너를 위해 남겨줄 재산도 별로 없고, 유언장까지 꼭 써야 할까?'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죽음 이후 존엄과 사후 통제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망 후, 부모나 형제 또는 친척들이 내 시신을 파트너가 모르는 곳에 안치하거나, 화장하거나, 가족 묘지에 묻고 파트너의 방문을 통제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그리고 현재 성소수자 커플은 서로 상속권이 없다. 때문에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사후 재산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말들이 다 유언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민법이 인정하는 유언사항은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 재산의 처분에 관한 사항, 상속에 관한 사항, 유언의 집행에 관한 사항 (유언 집행자의 지정 등)이다. 파트너 혹은 주변 친구들에게 재산을 남길 경우, 상속이 아니라 재산처분과 관련한 사항으로, 유증의 영역이다. 유증은 유언자의 사망 시 효력이 생긴다.
유증의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다. 전부나 일부를 비율에 의해 증여할 수도 있고 구체적인 재산을 증여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속 재산의 절반을 누구에게 증여한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부동산을 누구에게, 귀금속은 누구에게, 반려견은 누구에게 준다고 할 수도 있다. 유언을 철회할 수도 있고, 변경할 수도 있다. 유언을 여러 번 한 경우, 최후로 한 유언이 유언으로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대리인이 유언을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한다.
만약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될까? 법정 상속에 따르게 된다. 즉 직계 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서로 재산이 분할된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쓸 경우에도 유증할 수 있는 재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재산 전부를 유증하기는 힘들다. 직계 비속(자녀)과 배우자가 있을 경우, 법정상속분의 절반, 직계존속 (부모, 조부모 등)과 형제 자매에게는 법정상속분의 1/3을 남겨줘야 한다. 만약 전부를 파트너나 다른 사람에게 유증할 경우, 이들 법정상속인(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 등) 이 1년 이내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유언은 만 17세 이상만 유언이 가능하다. 유언을 남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자필증서와 공정증서(공증)의 방법이 많이 쓰인다.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유언의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필하고 날인(지장도 가능)하면 성립된다. 혹시 수정하고 싶을 경우, 수정사항을 다시 자필하고 날인해야 효력이 있다. 만약 법률지식의 부족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무효처리가 될 수 있으니 위의 방식- 유언자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는 것-을 꼭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유언을 공증하여 남기는 경우, 유언자가 증인 2인 (유언에 의해 이익을 받을 사람과 법정상속인은 증인이 될 수 없다)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로 설명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해서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는 방식으로 유언을 공증할 수있다. 누군가 유언장을 없애버린다거나 훼손시키고 바꾸는 것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고 검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직접 쓰는 것에 비해, 절차가 번거롭고 공증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으니 개인이 잘 선택할 필요가 있겠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에서는 유언장 쓰기, 동거 계약, 세금, 후견 계약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관심이 있는 경우 찾아가면 좋겠다. 동성결혼이나 파트너십 제도가 아직 한국에 없지만, 이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시 최소한으로 안전하게 노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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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는 1997년 출범하여, ‘실천’과 ‘연대’라는 주요한 활동원칙 아래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이 존중 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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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커플의 안전한 노후 준비를 위한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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