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라스토께 마을 풍경
문하연
40대 중반이 되어 나와 친구 셋은 더 늦기 전에 자유 여행을 가보자며 여행을 계획했다. 패키지 여행은 다들 경험이 있었으나 자유 여행은 처음이다. 여행사에서 모든 걸 준비해주는 패키지는 맘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지만 관광지 도착해서 기념 사진만 찍고 이동하니 아쉬움이 크다.
또 그 멀리까지 가서 원치 않은 기념품 숍에 가느라 시간도 낭비해야 하고 뭐라도 팔아줘야 가이드 급여가 생긴다고 하니 안 사면 미안함이 들고 사자니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
반면에 자유여행은, 숙소뿐 아니라 그날 그날 먹을 식사와 가볼 만한 곳의 동선을 최소화해서 짜야 하고 교통편, 언어 모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남는 것도 많다. 혼자라면 엄두가 안 났겠지만 아줌마 넷이 모이면 두려울 게 없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크로아티아. 우리나라 절반 크기에 인구는 5백만이 채 되지 않는 나라. 버나드 쇼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이 지상의 낙원으로 꼽았던 드브르부니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또 당시 <꽃보다 누나>가 방송되고 난 후라 그곳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한 탓이기도 했다. 5월부터 비행기 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10월, 드디어 우리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아줌마 넷 크로아티아 여행, 어딜 가나 '시선집중'숙소로 가기 위해 각자 들고 온 28인치 가방을 공항버스에 실었다. 한참 후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전철을 타기 위해 지도를 보며 걷는데, 동양에서 온 아줌마 4명이 자기들 덩치만한 가방을 끌고 이리저리 길을 찾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어딜 가나 시선이 집중된다.
설레고 또 쑥스러운 얼굴로 목례를 건네는데 전철이 도착했다. 예상과 달리 이곳의 전철은 옛날 기차처럼 출입구가 좁고 계단을 두세 개 올라가야 한다. 무거운 가방을 간신히 들어 올려 먼저 탄 친구가 위에서 끌어주고 아래에 남은 친구가 뒤에서 밀며 가방을 싣고 간신히 올라 탔다.
전철 기사도 승객들도 깜짝 놀란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최대한 환한 웃음으로 "하이"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은 미소 띤 얼굴로 조금씩 움직여 우리의 자리를 확보해 주었고 기사는 우리가 자리를 제대로 잡은 걸 확인한 후 출발했다.
각자 가져온 짐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대중교통이 우리나라처럼 발달하지 않아 결국 우린 차를 렌트했다. 혹시 몰라 국제 면허증을 모두 발급 받아왔고 모두 운전경력이 10년 이상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아줌마가 아닌가. 미션 임파서블은 우리를 칭하는 말.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영어로 말해도 화면만 보고도 우린 다 알아듣는다. 원하는 목적지에 착착 잘 가나 싶더니 '시베닉'이라는 구 도시로 접어드니 일방통행이 많고 표지판이 없어 헷갈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