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통행세'가 합법이라고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판결

등록 2018.01.25 16:27수정 2018.01.25 16:27
0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는 미스터피자 사건(2017고합741) 1심 판결을 통해 ①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②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③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④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해 정우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였고, 주식회사 MP그룹에 대하여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치즈 통행세로 폭리를 취한 점, 보복출점 문제 등은 무죄를 판결함으로써, 프랜차이즈 오너 갑질에 대한 단죄로 '불공정행위' 근절을 간절히 염원했던 가맹점주들의 기대는 사법부의 형식논리에 치우친 면죄부 판결로 인해 다시 한 번 좌절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를 통한 불공정행위 개선에 한계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가맹점주 고혈인 '통행세'합법화한 판결

'치즈 공급 과정'에 특수관계인(정우현 회장의 동생 정두현)의 회사를 부당하게 거래단계에 추가한 부당지원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우현 회장과 정두현의 2005년부터 12년 동안 57억 원의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판결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불필요한 거래단계가 오히려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비효율적인 절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스터피자는 직거래를 통해 중간유통마진을 줄일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 역시 "씨케이푸드 및 장안유업이 MP그룹의 치즈 거래에 있어 수행한 역할이 미미했다"고 인정하고 있는바, 그러한 미미한 역할을 한 정두현이 12년 동안 57억 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 것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MP그룹 경영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400여 개 가맹점에 부담이 되는 것을 방치한 정우현 회장의 행위가 횡령이 아니라면 최소한 배임의 책임은 물었어야 했습니다.

가맹 본사 마음대로 '광고비'유용해도 된다는 판결


재판부는 가맹점주들이 MP그룹에 광고비로 지급한 금원은 MP그룹에 귀속되는 '가맹금' 이므로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가맹계약서상 광고비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광고비를 위탁한다거나 반환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어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광고비 관련 횡령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는 광고비를 별도로 관리하며 광고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맹 본사가 광고비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은 후 다른 용도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가맹 본사의 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더 많은 갑질의 기회를 열어 준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보복출점'도 자유로운 경쟁과정에서 출점한 것이라는 판결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된 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이종윤(동인천점)회장에 대한 사업활동 방해 및 보복출점과 관련된 쟁점에 대하여 재판부는 ①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죄 고소가 영업을 방해한 것은 아니며 ② 치즈 공급회사에 공급을 중단하도록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③ 자유로운 경쟁과정에서의 출점이므로 보복출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일반인이 부당하게 고소를 당한 경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 ▲고 이종윤 회장이 거래하던 치즈 공급회사와도 거래관계에 있으며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는 MP그룹이 치즈 공급회사의 담당자를 회사로 불러 치즈 및 소스 등을 이종윤 회장에게 공급하는 것을 중단토록 한 것을 단순한 '부탁'이라고 본 점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피자연합 매장으로 전환한 '이천점', '동인천점'으로부터 60m, 150m 거리에 직영점을 출점한 후 파격적인 판촉행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등 보복출점의 충분한 증거가 존재함에도 보복출점이 아니라고 본 점 등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법부, 억울한 죽음의 진실 외면한 솜방망이 처벌

검찰이 정우현 회장에 대해 "사익 추구를 위해 개인의 인격을 짓밟아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반성하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9년 징역형을 구형하였음에도,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횡령 및 배임 금액이 거의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6개월 구금 기간 동안 반성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치즈 통행세' 관련해 공급 가액이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등을 이유로 밝혔습니다.

MP그룹의 피해는 회복되었을지라도 정우현 회장의 범죄행위를 통해 수백 명의 가맹점주들이 218일 동안 농성을 이어갈 만큼 오랜 시간 고통받았고, 수많은 매장이 전 재산을 잃고 폐점하였으며, 젊고 유능했던 한 사람이 생을 포기할 만큼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렸던 사실은 회복될 수 없습니다. 정우현 회장은 명백히 유죄로 인정된 부분마저도 반성함이 없이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으며, 가맹점주 대부분이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입니다. 이는 법 위반 행위에 상응한 엄격한 책임을 묻는 '사법정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것입니다.

가맹사업법 개정 등 제도개선 시급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를 통한 불공정행위 개선에 한계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형식논리에 빠져 거래관계의 실질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미스터피자뿐만 아니라 가맹·프랜차이즈 업계에 불법적이고 불공정거래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미비한 법 제도 때문입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중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금지' 규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야 합니다. 치즈 통행세 문제도 본질은 광범위하게 '필수물품'을 허용하는 법제도의 허술한 면을 악용했기 때문입니다.

가맹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견제를 위해 가맹점주단체의 '집단적 협상권 강화' 개정안 통과도 시급합니다. 가맹점 사업자단체 신고제를 통해 가맹 본사가 가맹점주단체의 정체성을 부인할 수 없도록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요청을 가맹 본사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며, 협의결렬 시 집단 휴업 등의 행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광고분담금'을 가맹금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광고비'가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오너의 갑질 마침표를 바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사법정의가 바로 서야합니다. 더불어 가맹사업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고 가맹 본사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고통받는 가맹점주들이 줄어들어 프랜차이즈 산업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추운 날씨에 가맹점주들의 마음을 더욱 더 춥게 만드는 판결이 어제 나왔습니다. 바로 업무상횡령, 치즈통행세, 보복출점 등으로 검찰에서 9년을 구형 받은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법원은 업무상횡령의 일부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치즈통행세, 보복출점 등 갑질 불공정행위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대부분 무죄로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경제민주화넷, 민변 민생경제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구 을살리기운운동본부) 등과 함께 판결에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고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논평을 발행했습니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치즈통행세
댓글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