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교 소장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정승화
선거가 뭔지, 평생 학교와 아이들과 분필가루밖에 모르던 선생님들이 교문 밖 허허벌판에 섰다. 이영우 경북교육감이 3선 12년의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게 되자 경북교육계에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생님들이 교육수장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본보는 이들 후보들 가운데 무순으로 일정을 조율하여 차례대로 후보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경북교육감 도전자들의 됨됨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임종식 경북미래연구소장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진보단일 교육감 후보인 이찬교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소장(60)을 만났다 <기자주>
경북의 진보교육감 후보 현대 한국사가 만들어낸 한국보수의 텃밭은 대구, 경북지역이다. 태백산맥의 준령이 만들어낸 고압적 환경 탓일까. 늘 TK는 안정, 보수, 현재지향이었다. 투박한 경상도 말투와 이 지역출신 군사정권의 집권으로 자연스레 보수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보면 얼추 맞는 말일까.
이런 토양에서 진보, 그것도 경북교육의 수장격인 경북교육감 선거에 진보교육감 후보가 출현했다는 자체가 시대가 바뀌었다는 증거이다. 지난해 연말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 참교육학부모회 등 20여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칭 '경북교육 희망만들기'에서 선출한 경북진보혁신 교육감 후보로 이찬교 소장이 96.9%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선출됐다.
소위 진보세력들이 이 소장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그가 걸어온 발자취만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소장은 대구 대건고교와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1981년부터 2017년까지 경북도내 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영주부석고, 문경산북고, 구미여고, 대도중, 포항여중, 대흥중, 포항여고, 포항장성고, 영덕중, 축산중 등 동서남북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평교사로 36년, 경북교육혁신의 선봉장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교직에 몸담으면서 후배들도 다하는 교감, 교장도 못한 채 평교사로 교단에 선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찬교 소장을 바라보는 경북교육계의 눈길은 '이단자'를 바라보는 눈길이었다.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경북지부장,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포항민주화 운동 계승사업회 대표, 경북 노동인권센터 이사, 경북교육연대 공동대표, 경북친환경 무상급식운동 추진본부 상임대표 등 온통 좌편향 단체의 직함을 달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만큼 그의 교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바뀌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도 확 달라진 것을 느낀다.
"경북도내 곳곳을 다녀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학력위주의 교육을 이야기 했는데 이제 학생의 행복, 전인교육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진 것이겠지요."
현장교육, 열린교육, 학교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하는 교육경북 유일 진보교육감 후보 이소장이 주장하는 경북교육혁신의 요체는 '수평교육'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공급자 중심의 '수직교육'이었다면 이제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교육효과가 돌아갈 수 있는 전인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 학생이 행복해야 어른이 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공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교육의 근본인 지식교육과 함께 타고난 재능, 기술, 다양한 삶의 교육으로 진화 발전해야 된다는 것이 진보교육, 개혁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장은 경북도내 일선학교와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교육현장에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 과도해 교사들이 업무외 부담은 물론 정작 실질적 교육혜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교문현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인데 제가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모든 것을 일선학교, 선생님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교육청에서 지시하고, 지도하는 수직적 교육행정 자체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선생님들의 요구입니다."
이찬교 소장이 말하는 열린교육, 혁신교육어떤 교육이 혁신적 교육일까. 이 소장은 이제 학교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함께 하는 '줄탁동시 교육'이 돼야 진정한 참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던 지식교육 시대는 끝났습니다.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책속에서만 배울 수는 없는 것이지요. 교실안과 교실 밖에서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을 전수할 때 진정한 참교육이 이뤄진다고 봐요."
학교를 개방하고, 공동체와 함께 소위 '투트랙 교육전략'으로 경북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지역민들에게 스며들지 모든 이들이 이 소장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다.
경북 백년대계의 근간이 학생들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 그가 말하는 '참교육', '알찬교육'이 진정한 해답이 될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과연 경북도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진보교육감에게 한 표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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