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말 그대로 참사다. 불은 한 시간여 만에 꺼졌으나 죽음은 이어지고 있고 지금도 사망자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의로운 죽음'에 대한 소식도 들린다. 화마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살리다 죽은 의사와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죽은 간호사와 의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대피시켰고, 그 과정에서 유독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 특히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종을 가진 이들의 경우 이러한 자신의 희생과 죽음을 직업윤리로 안고 살아간다. 간호사와 의사는 그 현장에 있던 다른 환자나 일반인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을 테고, 그래서 꼭 구했어야 했으리라. 그러나 그 와중에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사람들을 구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죽음을 바라보다 한숨이 나왔다. 그 전문가들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로서 그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몫'을 맡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그리고 그들이 기꺼이 그 몫을 맡아서 다른 사람들을 살렸다는 것은 매우 칭송받을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그 죽음을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에 그들이 먹여살렸을 가족들은 어찌 될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국가는 화재 속에서 다수의 국민을 살리고 죽은, 의로운 이들의 가족을 끌어안을 준비는 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국가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 볼수 는 없지 않나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아물지 않은 여러 참사에서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친 이들에 대한 사회의 처벌도 함께 떠올려보아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한 이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번 참사의 피해로 죽은 이들에 대해 추모하고, 이러한 사건 사고마다 죽어간 전문직 이들의 삶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고 의로운 죽음이라고 기억하는 것 말고도 실질적인 고민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사회적으로 안전망을 튼실히 만들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조기에 해결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는 것이겠지만. 만약 이런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생긴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염치없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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