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인 국민의당 조배숙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 권노갑 정대철 고문 등 참석자들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양측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안 대표와 바른정당과의 통합 방침에 대한 비판이 내내 쏟아졌다. 이용주 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상식과 금도를 넘어서는 꼼수의 정치로 국민의당을 사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국가안보를 위해서 쓰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매달 상납 받은 행위는 국가반역죄라고 본다. 그런데 안철수·유승민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한다"면서 민주평화당 창당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조배숙 의원은 "안 대표가 합당하려는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반통합파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당무위 소집을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대회는) 정치패륜 행위", "디지털 시대의 각목 전당대회나 다르지 않은 저열한 행위", "정당정치 농단" 등의 표현을 쓰면서 "당적을 정리하고 떠나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선 탈당을 요구했다.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출당시켜달라는 반통합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이는 통합 파트너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앞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을 예로 들면서 반통합파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권했던 것과 다른 선택이다.
당의 탄생 과정을 돌이켜 보면 역설적 상황이다. 당초 국민의당이 창당 2개월 만에 치른 20대 총선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역량은 '덧셈 정치' 덕이었다. 안철수 대표로 상징되는 '새 정치'와 민주화 세력의 뿌리를 자처하는 '호남'이 만나 총 39석의 원내 3당을 일궈냈다. 그러면서 그 어느 당도 원내 과반을 장악하지 못한 20대 국회의 '캐스팅 보트'로서의 존재감도 발휘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과 통합, 새로운 덧셈을 하려는 과정에서 '새 정치+호남'으로 구성됐던 당 구조에 대한 '뺄셈 정치'가 가동됐다. 이대로라면 바른정당(9석)과 합당해 탄생할 중도신당 의석수가 원래 국민의당 의석수(39석)보다 더 줄어들 형편이다.
무엇보다 '민주평화당'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현역 의원 중 비례대표 박주현·장정숙 의원을 제외한 14명 모두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다. 여기에 권노갑·정대철·이훈평 등 동교동계 상임고문들도 민주평화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제 귀에는 하늘나라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 행사를 보시고 '이제 됐다'고 말하시는 게 들린다"고 말했다. 애초 민주평화당이란 신당 명칭부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뺄셈은 더 확대될 수 있다. 반통합파지만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이상돈 의원은 이날 당무위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이 의원은 향후 박주현·장정숙 의원 등과 함께 출당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최측근이지만 최근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 박선숙 의원이 이 모임에 합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권은희(광주 광산을)·김관영(전북 군산) 의원을 제외한 '중재파' 호남 지역 의원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박주선(광주 동남구을)·김동철(광주 광산갑)·주승용(전남 여수을)·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앞서 안 대표에게 '전당대회 전 대표 조기사퇴'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거부당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2월 4일 예정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전당대회를 전후로 이탈해 민주평화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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