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버럭'한 이재정도 성추행 피해는 말하지 못했다

정치권 '미투' 확산, 잇따르는 피해증언 "가해자적 질문 말고, 해결책 같이 고민했으면"

등록 2018.02.02 11:46수정 2018.02.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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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는 이재정 의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가운데,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과 재판 뒷거래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 뒤 기자 질문을 받는 이 의원.
질문받는 이재정 의원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가운데,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과 재판 뒷거래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 뒤 기자 질문을 받는 이 의원.남소연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그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1일~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이효경 경기도의원 등이 나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재정 의원은 앞서 서 검사가 인터뷰로 성추행 피해를 알린 직후인 지난 1월 30일, 본인 페이스북에 "서 검사 옆에 서려 몇 번을 썼다 지우며 망설이고 있다. (내용을) 가득 메우고도 다시 망설인다. SNS로 변호사였을 때도 못 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며 "사실은 미투(나도 당했다), 그리고 위드유(#WithYou)"라고 적은 바 있다. 이 의원은 그 뒤에도 언론 인터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의원은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13년 전 당한 피해를 증언했다. 그는 "(가해자는) 제가 취업하려던 법무법인의 대표였다. 거부 의사를 표했음에도 계속 제게 '친근함의 표시'를 하며 전화를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 불편한 상황을 피했고 화가 나 있다고 알렸지만, (가해자가) 그걸 아는 상태에서도 계속 전화를 해 오는 걸 보면서 참으로 놀랐다. 그 자신감이 사실 저를 더 위축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왜 당시에 나서서 피해를 말할 수 없었는지도 말했다. "그때 제가 변호사긴 했지만, 검찰·법조계와 계속 소통해야 하는 입장에선 이런 걸 문제제기하면 제 의뢰인에 도움 될 게 없다고 봤다. 저로선 감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저는 취업 준비 중인 사회 초년생이었다.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와 갈등을 빚어서 향후 취업 시장에서, 또 법조계에서 내가 어떻게 버틸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 탓에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얘기로, 이는 성폭력이 권력의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 의원은 "잘못을 깨닫고 숨어도 부족할 사람이, 피해자인 제게 계속 위협을 해 왔다. 그분은 제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으리라고 추정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이 그걸 공론화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가해자들에게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그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그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노래방에서 바지 벗어" 이어지는 증언..."구조적 해결책 함께 고민해달라"

이 의원은 1일 <오마이TV>와 만나서도 스스로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13년 전 일인데 아직도 저는 '왜 그 순간에 노(No)라고 얘기하고 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나를 책망하곤 한다. 여전히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을 문제제기할 수 없게 만드는 조직 문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도적 해법이 필요하다. 해결의 방향으로 관심을 쏟아달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미투' 이재정 "13년 전 일,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같은 당 이효경 경기도의원도 6년 전 겪은 SNS를 통해 구체적인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다. "밤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고, 내 엉덩이 가슴 어쩌고 하는 등 성희롱은 일상다반사", "6년 전 상임위 연찬회 회식 뒤 다른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의원이 내 앞으로 오더니 바지를 확 내리더라. 당황해서 바로 나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혼자서)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을 실컷 했다"는 증언이다.

한편 이재정 의원은 2016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긴급현안질의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상대로 '사이다' 지적을 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총리에게 "법조인으로는 (제가) 경력이 부족할지 몰라도 저는 지금 국민을 대표해 서 있는 국회의원이다. 총리님 답변 태도가 적절치 않다", "묻는 말에 답하라. 그렇게 거만하게, 고압적으로 답변하면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957년 출생인 황 전 국무총리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1974년생인 이재정 의원은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도 법조인 경력도 20년 이상 차이 나는 총리에게도 거침없이 질의해 화제가 됐던 이 의원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해자의 권력·지위와 얽힌 사회적 맥락이 깔려 있었다.


[관련 기사]
정춘숙 "미국발 미투? 한국은 이미 작년에 시작됐다"
'오방끈' 건네받고 당황한 황교안 "뭐하는 겁니까"
#이재정 #성추행 #정치권미투 #미투운동 #미투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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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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