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주민들 "대통령 명절 선물, 개봉할 수 없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지난해 추석 이어 설 명절에 2세트 선물 받아

등록 2018.02.13 14:08수정 2018.02.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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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 청와대로부터 받은 선물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갖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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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 송전탑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인 모집을 한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에서 받은 설 선물을 갖다 놓았다. ⓒ 윤성효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저희 주민들에게 보내 주신 추석과 설 명절 선물은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저희들은 이 선물을 아직 개봉할 수 없습니다."

밀양송전탑을 뽑아내기 위해 13년째 싸우고 있는 주민들이 청와대에서 보내준 명절 선물을 개봉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추석에 이어 설을 앞두고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한테 선물을 보냈다.

선물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와 이계삼 사무국장이 각각 1세트씩 받았다. 청와대는 주민들과 나눠 먹으라며 선물을 보냈지만 주민들은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아직 뜯어보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13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밀양송전탑,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인 모집 기자회견'을 열면서 청와대에 보내온 명절 선물을 갖고 나왔다. 주민들은 선물을 가운데 진열해 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대책위는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온갖 부정이 있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밀양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13년째 이어지는 밀양 주민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거나 국회의원 시절에 밀양송전탑에 대해 상세하게 공약했다. 후보일 때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농성 현장에서 와서 청취하고 도울 길을 찾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이후 여러 경로로 마을공동체 파괴와 한전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 명절 선물 보내 왔지만, 대통령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 우리도 진실이 밝혀져 대통령 선물을 기쁘게 개봉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양마을 정임출(77)씨는 "우리가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하고 다녀서 되겠느냐. 7,80대 할머니들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우리가 좋아서 춤을 추었다"며 "그런데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중단시키고, 공론화하더니 다시 공사를 하게 만들었다. 그 시기 우리는 서울에 가 있었고, 공사재개 소식에 대성통곡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통령이 공약했으면 공약한 대로 해줘야 한다. 원전 공사를 재개한다고 해서 실망이었다"며 "추석에 이어 설 선물을 보내 왔다. 우리가 선물 바랐나. 우리가 바란 것은 철탑을 없애는 것이다. 청와대 선물을 개봉 못한다. 추석 개봉도 안하고 있는데 설이라고 또 선물을 보내 왔다"고 했다.

김영자(상동면)씨는 "추석에 이어 설에도 선물을 보내 왔는데, 우리가 개봉할 수 있게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한전이 나쁜 방법으로 송전탑을 세우고, 핵발전소 짓는 모든 비리에 대한 감사를 꼭 해 주었으면 한다. 공무원 앞세워 마을 공동체 파괴한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서 회복시켜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양마을 서종범(60)씨는 "재작년 겨울, 우리가 아스팔트에서 추운 겨울에 촛불혁명을 일으킨 것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썼던 것이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전이 돈으로 저지른 잘못, 돈으로 마을공동체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이간질한 작태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 했다.

안병수(고정마을)씨는 "찬성 주민들이 한전과 했던 합의서를 보면, 찬반 주민 간에 분쟁이 있을 때 한전에서 비용으로 변호사를 댄다는 조항이 있다"며 "한전이 마을공동체 파괴 주범이다. 변호사 비용을 한전이 댄다는 조항 때문에, 마을에서는 지금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남우(평밭마을)씨는 "대통령을 바꿔 주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정의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송전탑 공사할 때 제가 반대대책위원장으로 있었고, 당시 정치인이 사람을 보내서 몇 억을 줄테니까 반대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찬성하라고 하더라"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대통령님, 우리의 바람은 '진실'이고 '정의'다. 우리가 싸워온 그 숱한 거짓과 매수, 분열의 음모를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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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 송전탑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인 모집을 한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에서 받은 설 선물을 갖다 놓았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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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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