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준비를 위해 군산에서 모인 피해자 가족, 유족들
변상철
첫 번째 재심
이들은 그동안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2011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폭력피해자 지원단체인 '지금여기에'로 연락했다. 자신들은 너무도 억울하게 조작된 사건이니 도와달라는 취지였다.
'지금여기에'는 이들 피해자들의 수사기록을 찾아 기록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불법 수사가 진행된 것을 확인하였고, 지난 2013년 4월 30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재심을 신청했다.(2013재고단1)
(참고로, 서창덕씨는 모두 세 번의 처벌을 받았다. 납북되었다가 귀환 직후에 1968년9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 두 번째는 1969년 재차 검거되어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4년 간첩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이중 간첩혐의에 대해서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1969년 처벌 받은 사실은 재심을 별도로 신청하여 다른 어부들과 함께 법정투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재심 신청의 이유로는 '군산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불법체포를 당하여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조사를 받았으니 이는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 불법감금죄 및 형법 제125조의 폭행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이 취지에 맞춰 당시의 수사 기록과 피해자의 진술, 참고인 진술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군산지원 재판부는 이러한 불법수사에 대한 증명이나 증거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우리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조작된 사건이 명백함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지금여기에' 활동가와 피해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불법수사를 입증할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1968년 12월 25일 대검찰청에서 두 번 이상 납북된 어부에게는 고의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반공법,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사형을 구형하고, 수사기관은 구속을 원칙으로 하라는 문건이 작성되어 배포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단순히 납북되었다가 귀환한 어부들에게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우리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신규 증거'를 발견했다고 판단 2016년 10월 7일 류제성 변호사(법무법인 진심)의 도움을 받아 또다시 재심을 신청하였다.
두 번째 재심두 번째 재심 신청에 대해 4번의 공판이 열렸다. 이전 재심 재판부는 단 한 차례도 피해자를 불러 직접 피해 사실을 듣지 않았던 것에 반해, 이번 재심 재판부는 비교적 진지하게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재판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전 재심 재판의 기각 결정이 너무나 부당한 오판이었다는 확신과 분노가 들었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이전 재심의 오판으로 훼손된 사법적 정의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결정이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재판장은 같은 이유로 재심을 신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각 사유이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