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던 아이 "엄마 성폭력이 뭐야?" 난감하다

등록 2018.03.09 09:00수정 2018.03.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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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증언이 나왔다. 이미지는 7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A씨가 주장한 성폭력 일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증언이 나왔다. 이미지는 7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A씨가 주장한 성폭력 일지'.JTBC뉴스룸 갈무리

난감한 일이다. 뉴스를 들은 초등학생 막내가 묻는다.


"엄마, 성폭력이 뭐야? 안희정은 좋은 사람이잖아? 나쁜 사람이야?"
"어... 예전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왜? 생각이 달라졌어?"
"말과 행동이 달랐거든."
"성폭력을 한 거야? 성폭력이 뭐야?"
"폭력이랑 비슷한 거야. 폭력의 한 종류. 그러니까 우리가 뽀뽀하거나 그러잖아. 뽀뽀나 키스 같은 그런 거를 상대가 동의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자기 마음대로.... .@@@&%"

아~ 내가 뭔 말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 얼굴을 보니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다. 뉴스를 보던 아이는 안희정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왜 안 그렇겠나? 아이는 재작년 촛불집회에 두 번 정도 참가했다.

안희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확정이 되는 순간, 광화문 연단에서 대통령 얼굴을 잡고 볼에 뽀뽀했던 사람 아닌가.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 1면에도 대문짝만하게 그 장면이 실렸었다.

그랬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당내 경선에 나섰던 사람이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이 되는 뉴스에 나오게 되는 이 상황을 나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내 고통이 아무리 커도 피해자의 고통에는 비할 수도 없을 만큼 아주 작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 상황이 너무 힘겹다.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막중한 임무에 도전을 한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그가 어떤 정책을 펴고 얼마나 각종 여성 대회에 나와서 얼마나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입으로 떠들었는가는 논외로 하겠다.


누구라도 "제가 그 막중하지만 어려운 임무를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하고 국민들 앞에 손을 번쩍 들고 나섰다면, 적어도 자신이 그런 소임을 맡을 만한 삶을 살아왔는가 하고 한 번쯤은 돌아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주변에 하나도 없단 말인가? 당신 주변엔 스스로를 성찰하게 도움을 줄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하나같이 '당신은 위대하십니다' 이렇게 떠벌리는 사람들로만 가득 채웠던가?


안희정은 가장 먼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한, 도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 자식들에게 지금 이 뉴스가 무엇인지 구차하게 설명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용서가 안 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하고 죄 값을 겸허히 치르길. 그리고 다시는 정치엔 얼씬하지 말길 바란다.
#미투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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