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디 가슈?" 어디 가는지를 묻는 것이 소통의 시작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북콘서트 열어

등록 2018.03.14 07:00수정 2018.03.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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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14일 북콘서트를 열었다. 왼쪽부터 신은미, 김지영, 김영우, 인형탈, 신나영 활동가이다.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14일 북콘서트를 열었다. 왼쪽부터 신은미, 김지영, 김영우, 인형탈, 신나영 활동가이다. 이재환

지난 2007년의 일이다. 김영우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로부터 가야산을 지키겠다는 생각 하나로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가야산연대)를 스스로 찾아가 사무국장직을 자처했다. 가야산연대는 가야산 송전탑 건설을 끝내 막지 못했다. 하지만 가야산을 관통하는 순환도로 사업을 백지화 시켰다. 이후 가야산순환도로는 숲길로 조성되었다.  

녹색연합, 내포문화숲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 김영우의 이력에는 '돈 되는 일'이 없다. 그동안 돈 안 되는 일에 매진해 온 그가 이번에는 책을 펴냈다. 

13일 충남 예산군 예산문화원에서는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홍성문화연대의 여는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북콘서트에는 신은미, 신나영 등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을 비롯해 지역의 원로 정치인과 시민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책 제목은 충청도 사투리를 발음 그대로 따다 썼다. <워디 가슈?> 서울말로 번역하면 '어디 가세요'라는 뜻이다. 김영우 전 국장은 "어디를 가는지를 묻는 것 자체가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책 제목을 '워디 가슈'로 정한 이유란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어디가슈란 말은 인사인 동시에 소통의 시작"이라며 "우리는 바로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농촌에서는 어디 가는지를 물어 보는 것 자체가 관심의 표현인 동시에 인사말이기도 했다.

예산 군수 출마 선언 직후, 그는 별다른 선거운동 없이 줄곧 예산의 마을과 마을을 걸었다. 배낭 하나와 옷 한 벌, 운동화 한 켤레가 전부였다. 그가 걸어서 찾아간 마을회관만도 300여개가 넘는다. 책에는 그가 '예산 속'으로 무작정 걸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마을에 들러 농사일도 거들고 주민들과 밥도 나눠 먹었다. 마을 노인들과 셀프사진을 찍는 것이 주된 일상 중 하나였다. 어린 아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령화된 농촌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을에 쓸쓸히 남아 있는 노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전부였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은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오히려 내가 사람들을 좀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사무국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윤봉길 축제를 기획했다. 매년 4월 29일 열리는 '윤봉길 축제'는 예산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윤봉길 의사의 호를 따 만든 덕산고등학교 동아리 매헌바로미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윤 의사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은 "내 인생에서 윤봉길 의사와의 만남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한 때 윤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폄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국장은 그의 책에서도 윤 의사의 의거가 결코 테러가 아님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윤 의사의 진술에 따르면 의거 이유가 세계 평화와 공존을 깨뜨린 일제에 대한 응징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87학번, 386세대이자 운동권 출신의 김영우는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 왔다. 고향에 돌아와 야학을 열고, 이후 시민운동에 전념할 때도 윤봉길 의사는 늘 그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북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는 홍성문화연대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북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는 홍성문화연대 이재환

#매헌바로미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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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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