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해저도시... 부산시장 후보들 토건 공약 봇물

천문학적 예산 사업 정책 발표... 부담은 결국 국민 몫

등록 2018.03.14 16:10수정 2018.03.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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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덕신공항 조감도.
가덕신공항 조감도.부산광역시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여야 예비후보들이 수조 원이 드는 토건 공약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신공항은 기본이고 한·일 해저터널, 해저 도시 건설 등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이 부족하다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역시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살아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번 지방선거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가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예비후보들은 너도나도 가덕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 예비후보와 정경진 예비후보, 자유한국당의 이종혁 예비후보가 대표적이다. 국책사업으로 짓겠다는 계획에서부터 민자로 공항을 만들겠다는 등 나름의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덕신공항은 지난 2011년 국토해양부 용역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이미 결론이 난 바 있다. 당시 가덕신공항은 100점 만점의 타당성 평가에서 38.3점을 받았다.

민자로라도 짓겠다던 부산시도 결국 신공항 포기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전 장관이 관문공항 건설과 엑스포 개최 장소 변경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전 장관이 관문공항 건설과 엑스포 개최 장소 변경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규

대선에서 다시 신공항 건설 이슈가 불거졌지만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거듭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이 없다는 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 잇따라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신공항을 국책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설사 민자로 짓는다고 해도 기업들이 선뜻 돈을 내놓을지는 의문이 따른다.

민간투자 방식의 공항 건설은 아직 국내에서 시도된 바도 없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공항도 민간의 투자를 받아 건설할 수 있다고 정하고는 있지만 국내에 민자로 지어진 공항은 한 곳도 없다.


앞서 ADPi는 가덕도에 활주로 1개인 공항을 만드는 데만 7조 7000억 원, 2개 건설에는 10조 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도 연거푸 건설을 포기하고 공신력 있는 해외 용역 기관마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가덕신공항에 수조 원을 투자할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선택하자 가덕도 신공항 민자 건설 카드를 매만지던 부산시도 결국 계획을 접어야 했다.


해상교량·해저도시·해저터널... 천문학적 예산 마련 계획은 미흡

 이종혁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월 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혁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월 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민규

예비후보들의 토건 공약은 신공항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거돈 예비후보는 도심권에서 신공항까지 22.2km의 해상 교량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만 2조 2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정경진 예비후보는 해저 도시 건설을 들고 나왔다. 가덕도 앞바다에 300만 평 규모의 해저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만 11조 5천억 원을 제시했다. 이 역시 민자로 돈 대부분을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성권 바른미래당 예비후보의 경우는 한·일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기관에 따라 100조 원이 넘는 사업비 앞에 매번 좌초됐다. 이 후보는 이 예산 역시 "실질적인 사업비는 민간기업과 국제금융기관의 투자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종혁 한국당 예비후보는 한·일 해저터널에 더해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타당성 조사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는 취재진이 재원 마련 방안을 묻자 "재원을 유치하는 일은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라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산발 산업혁명을 그리는 리더십이 나오면 돈은 부산으로 몰려든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부담은 국민이 지는 초대형 건설 사업에 비판도 제기

 이성권 바른정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지난 2월 1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성권 바른정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지난 2월 1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이러한 초대형 건설 사업은 막상 시작될 경우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5조 8천억 원이면 만들 수 있다던 고속철도 건설은 실제 20조 원이 넘게 들었다. 부담은 어떻게든 국민이 나누어 질 수밖에 없다.

후보들과 정치권에서도 초대형 건설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자신도 한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던 서병수 시장은 최근 "또 다시 가덕신공항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정의당에서는 지난 13일 이정미 당대표가 박주미 시당위원장의 시장 출마 선언을 위해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가덕신공항이나 해저 도시 같은 철 지난 정책으로 부산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 후보는 안 된다"면서 "(후보들이) 대형건설사업으로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토건 산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게 명목이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은 과거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다"면서 "구시대적인 개발정책으로 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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