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영화사 수박
<리틀 포레스트>는 경기도 양평으로 귀촌해 살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신작 영화다. 원작은 동명의 일본 만화이며,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한국의 농촌(실제 촬영 장소는 요즘 '컬링'으로 유명해진 경북 의성군)에 맞게 각색되었고, 영화에서 중요한 매개가 되는 요리도 한국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힐링이 되는 영화'로 호평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비슷한 듯 차이가 있어 각자의 소감과 삶을 꺼내어 듣는 과정이 나에게는 또 한 의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 같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요인은 영화의 주인공인 동갑내기 세 친구 혜원,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이 농촌은 물론, 수도권 외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20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대상이 무엇 - 사람, 장소, 감정 등등 - 이든 간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떠날 때보다 많은 고민과 감정을 필요로 한다. 혜원의 귀향, 재하의 사직, 은숙의 상경은 서로 어긋나는 욕망 같지만 사실 닮아 있기도 하다.
직접 농사를 짓는 분들에겐 '농촌을 너무 환상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종종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만약 감독이 그럴 의도였다면 다른 장르를 택했어야 한다고 답한다. 혹자는 '이 영화 덕분에 귀촌 인구가 늘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영화에서 잠깐 나오지만 비혼 여성으로서 농촌에서 혼자 살아가는 어려움은 이미 꽤나 알려져 있으므로(!) 그럴 기대는 접고 영화 자체로 봐주시면 좋겠다.
영화는 공감이자 위로가 되는 환상이다. 당신이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삶을 바꾸는 도전'을 택하면 된다. 영화에 나오는 그들처럼.
영화를 보고나서 '날 닮은 혜원에게 주고 싶은 책'이 떠올랐다. 친구출판사 샨티에서 펴낸 <좋은 인생 실험실>은 뉴욕에서 전형적인 직장인으로 살던 웬디와 마이키 커플이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자급하는 삶을 찾으면서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고 각종 생필품은 물론, 심지어 집까지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에서 혜원은 직접 농작물을 가꾸고, 그 재료들로 요리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기도 한다. 혜원이라면 이 책 하나로 뚝딱, 잘 만들 것 같았다.
"뭔가를 이루어냈고, 문제를 해결했고, 아이디어를 진척시켰고, 꿈을 더 꾸었고, 어떤 거라도 개조하고 짓고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끼지 않고서 지나가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우리는 실패하면 전문가들을 불러 고쳐달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문제든 '한번 해보지 뭐'라는 태도로 임했다. 유투브를 비롯해 자세한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데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런 태도를 갖고 있으면 제아무리 야심차고 거대한 프로젝트라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 책 본문 중에서 발췌
이 책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시행 착오'다. 두 사람은 그것을 겁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고, 그 경험을 이웃과 나누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급의 기술을 다루기도 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변화를 담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특히 대도시에 살다보면 돈 하나만 있으면 쉽게 구입/처리가 가능하다보니 '효율적인' 소비라는 건 돈이 기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급을 직접 고민하다보면 소비의 과정이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생산과 소비의 프레임을 바꾸는, 그래서 내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삶의 전환'을 다룬 도전기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