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 오르면 음식 값도 그만큼 오른다?

[두 도시 이야기 - 시애틀 팩트체크 ③]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 부른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

등록 2018.03.27 17:20수정 2018.03.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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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검증 내용]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오른다."

국내 '식탁 물가'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짜장면, 설렁탕, 커피, 햄버거, 즉석밥, 생수 등의 가격이 올라갔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돼 서민 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말 최저임금이 식탁 물가를 들썩이게 한 걸까?

3년 사이 최저임금을 58.4%나 올린 시애틀의 경제 상황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르는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시애틀의 최저임금은 2015년 전후로 나뉜다. '최저임금 15달러' 조례가 2015년 4월 적용되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0년 8.55달러였던 최저임금은 2011년 8.67달러, 2012년 9.04달러, 2013년 9.19달러로 3년 내내 상승률이 5% 이하였다. 반면 2016년 최저임금은 32%, 2017년은 8% 정도 올랐다.

2015년 이후 물가도 그만큼 크게 올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시애틀 광역권(타코마, 벨뷰 지역 포함)의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따르면, 2010년~2017년 소비자 물가(전년대비)는 3% 내외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32% 올랐던 2016년 물가 상승률은 2.2%였다. 이 수치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애틀 최저임금을 연구한 대학 보고서에서도 같은 결론을 찾을 수 있다.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에반스 스쿨이 2017년 10월 발표한 <고용주의 적응, 노동자의 경험, 물가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에 미친 영향을 찾기 어렵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11달러(2015년 4월)로 오른 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업 물가만 8% 상승했다. (12.5달러로 오른 뒤에도) 물가는 그 수준을 유지했다"라며 "2017년 1월 이후 시애틀 안팎에 위치한 레스토랑 메뉴 가격을 비교한 결과, 시애틀 안과 밖의 가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같은 연구팀이 2017년 9월 발표한 보고서 <시애틀 최저임금 정책이 시애틀과 킹 카운티 슈퍼마켓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 2017년>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시애틀과 시애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 킹 카운티 두 곳 모두에서 운영되는 슈퍼마켓 체인의 물건 값을 조사한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정책 시행 한 달 후, 1년 후를 살펴본 결과 두 지역의 장바구니 물가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라며 "시애틀 최저임금 정책이 슈퍼마켓의 식품 가격을 인상시켰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마크 C. 롱 워싱턴대학교 에반스 스쿨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고용주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을 물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음식 값을 올린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식료품, 외식업 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실비아 알레그레토 UC버클리 임금고용역학센터 소장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음식값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알레그레토 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가장 많이 올렸던 2013년 당시 요식업계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음식 가격도 10% 올린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라면서 "연구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레스토랑 가격은 0.5% 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님이 식당에서 시킨 접시 하나에는 식재료값을 포함해 임대료,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이 다 들어가 있다, 임금은 그 비용 중 일부분일 뿐이다"라며 "그 임금에는 가게 주인과 매니저의 임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실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도 안된다"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인상을 부르는 요소 중 하나일 뿐, 물가 인상을 좌지우지 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검증 결과] 미국 시애틀의 상황을 보면, 최저임금과 물가 사이의 연관 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불렀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다.

[최저임금 기획 - 두 도시 이야기]
[시애틀 팩트체크①] 최저임금 인상이 핵폭탄? 시애틀 경제는 더 좋아졌다
[시애틀 팩트체크②] 최저임금 상승 후 3년, 레스토랑 일자리 늘었다


    후원       
    총괄 김종철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데이터 기획 이종호디자인 고정미개발 박준규

덧붙이는 글 기사에서 언급된 시애틀 최저임금은 사업장의 규모나 건강보험 제공 여부 등에 따라 나눈 4가지 유형 가운데, 전 세계 501인 이상 고용사업장,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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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도시이야기 #시애틀 #서울 #최저임금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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