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시외버스 정류소 사람들이 유성터미널이라고 부르는 공식명칭은 '유성 시외버스 정류소'이다.
한미숙
결혼하면서 대전에 살게 된 지도 30여년이 되간다. 그때만 해도 유성은 서울에 비해 한적하고 심지어 적막하기조차 했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은 2018년 현재, 지금도 내가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대합실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결혼할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주변 풍경도 그렇다. 굴뚝이 솟아 있는 오래된 목욕탕, 대합실 안의 벤치 형 긴 의자와 침침한 분위기는 '응답하라 90년대'에 버금간다. 이는 30년 전, 흑백영화를 찍는 세트장이라고 해도 알맞을 풍경이다. 반면 터미널 주변을 제외한 유성의 다른 곳(노은, 신도안, 죽동 등)은 마치 신도시처럼 바뀌어 있다.
그럼에도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은 지리적으로 유성의 중심지인 봉명동에 위치해 있다. 터미널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편의점이 있고 편의점과 매표구 사이로 화장실 가는 길이 있다. 옹색한 복도에 남녀화장실은 양쪽으로 구분되었지만 청결상태가 양호하지 않다.
1979년에 건립된 터미널은 처음 간이정류장 형식으로 지어진 것이라 운행되는 노선과 이용객 대비 부지면적이 매우 좁다. 터미널 안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기껏 해야 대여섯 차량이다. 승객들은 주차하는 버스의 이동에 따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승차해야 한다. 버스가 들어오고 나갈 때 출구와 입구전용통로가 따로 없다. 그래서 수신호를 하는 아저씨 한 분이 늘 2차선을 막아 차를 들여보내고 또 차를 다시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