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2일 국회 본청 야외 계단에서 '민주당원 댓글 공작 규탄·특검 촉구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김성욱
첫째, 야당이 정상회담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할 때 정상간 합의는 정쟁의 대상이 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그 합의를 찬성함에도 극우보수 세력을 등에 업은 야당이 반대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겁니까.
합의의 운명을 국회에 맡겨야 하는 겁니까?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경우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국회 동의 절차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고가 아니겠습니까.
둘째, 남북 정상간 합의에 비준동의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 간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지만, 남쪽만 법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이상한 합의가 될 수가 있습니다.
원래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다면 쌍방에게 공히 적용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국회 비준동의)을 택하면 남쪽에겐 정상 간 합의가 법률과 같이 구속력이 있지만 북쪽에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 간 조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약은 처음부터 참여 당사국이 법적 구속력을 전제로 합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쪽이 그 합의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더라도 그것은 남쪽의 국내문제일 뿐 (정상 간 회담 과정에서 합의가 없는 한) 북에게 같은 절차(같은 효력)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자칫 남북이 함께 이행해야 할 합의가 남쪽만 구속하는 이상한 규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없으면 정상 간 합의는 법적 합의가 아닌 정치적 합의로 평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역사를 바꾼 정상간 합의는 바로 조약으로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등을 기억할 겁니다. 이런 정상간 회담은 비록 정치적 합의였지만 세계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그것들은 합의 이후 구체적 조약을 통해 실천되었습니다.
저는 남북 정상 간 합의도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상 간에 역사적 합의를 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선 남북의 내부적 동의(남은 국회 동의 혹은 국민투표)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국회 동의절차를 앞세우면 합의마저 못하거나 합의가 이루어져도 동의 여부에 따라 폐기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