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육아빠가 사는 법

등록 2018.05.02 15:05수정 2018.05.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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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중


육아휴직 4주 차다. 생후 120일 된 아들을 관찰하면 참 재미있다. 아들은 3요소가 갖춰진 상태가 되면 폭풍 애교를 부린다.


자고 일어나 뽀송뽀송한 기저귀를 차고 배가 부를 때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눈웃음과 발길질,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한다.

아들의 식사(?)와 배변 등을 기록하는 노트가 있다. 아내와 번갈아 가며 아들을 볼 때 노트는 큰 힘을 발휘한다. 찡얼거리기 시작하면 일단 노트를 확인한다. 먹을 때가 아니면 기저귀를 확인한다. 기저귀도 괜찮으면 안아준다. 안아도 찡얼거리면 놀아준다. 그리고 재운다. 이 정도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러나 한 번씩 아무것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집이 떠나가라 서럽게 폭풍 오열한다. 별짓을 다 해 달래도 소용없다.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아니, 누가 들으면 계부한테 아이를 맡겨놓은 줄 알겠네.'

몹시 서운해진다. 아들을 위해 모든 걸 다해주고 싶은데 서럽게 우는 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동안의 사랑은 아무 소용없다는 듯이 오열할 때면 멘붕(멘탈 붕괴)이다.


아들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부모님이 떠오른다.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을 텐데 머리 컸다고 부모님을 가르치려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이불킥(누워서 생각하다 창피할때 이불을 걷어차는 것처럼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난다는 뜻)하게 되는 기억이 한 둘이 아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돌아봄으로 겸손할 수 있다. 그러나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기 전까진 올챙이 시절을 돌아볼 수 없다. 내리사랑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선 풍성함의 내리사랑과 뒤늦은 깨달음의 치사랑 안에서 자라 간다.

#모이 #아들육아 #육아빠 #내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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