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의 모습
서예원
게다가 정전은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던 이미지와 딴판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 왜 그렇게 소박하고 단출해 보였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건물의 가로 길이가 너무나 길다. 건물의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몇 초 만에 단 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정전이 가로로 끝없이 길어진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증축했기 때문인데,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가까이서 보지 않는 한 절대로 증축한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크기만 웅장한 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주는 위엄도 대단하다. 그 모든 게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
설명에 의하면 우리가 외우고 있는 조선 왕들이 모두 그 공간에 모셔져 있는 건 아니고, 후손들에 의해 업적이 인정받은 왕들만 정전에 신주를 모셨다고 한다.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왕들은 정전 옆에 있는 영녕전 건물에 모셨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업적을 인정받은 왕들에게는 존경하다는 말을, 인정받지 못한 왕들에게는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표현했다.
신기했던 점도 있다. 사도세자의 신주도 모시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도세자는 후손들에 의해 장조로 추존되어 그 안에 신주를 모셨으며, 정전의 마지막 칸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영친왕을 모셨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니 문화재를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었다.
많은 설명을 들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곱씹어보는 설명이 있다.
"궁궐은 빈 공간이지만, 종묘는 아직도 제사를 지내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공간이다."깊이 공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묘 건물인 정전은 최대한 멀리서 찍거나 대각선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건물의 위용이 온전히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 정전의 실제 위용을 보고 싶다면 꼭 직접 방문하길 권한다. 사진 이상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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