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청동 의기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를 때 새 한 마리가 곡식 씨앗을 하나 물고 하늘 세상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김찬곤
이 청동기 문양은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새다. 아주 조그맣게, 단순하게 표현했다. 그 아래 점점이 무늬가 있는데, 이것은 곡식이다. 옛사람들은 새를 '곡령(穀靈 곡식곡·신령령)'으로 봤다. 다시 말해 곡식의 신으로 여긴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새가 인간에게 곡식 씨앗을 주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믿었다.
곡식 점 아래에 아지랑이 무늬가 있는데, 이것은 봄 들판에 피어오르는 땅의 기운을 뜻한다. 옛사람들에게 아지랑이는 생명의 기운이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들판에서는 온갖 씨앗이 새싹을 밀어 올렸다. 실로 판타스틱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고사리 순이나 호박 넝쿨의 더듬이 손도 마찬가지다. 이 아지랑이 무늬가 나중에 고구려 벽화의 영기문(靈氣文, 영험한 기운 무늬)으로 발전한다.
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를 때 새 한 마리가 곡식 씨앗을 하나 물고 하늘 세상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박물관 설명글에는 '산(山) 자' 무늬라 했는데, 보면 알 수 있듯이 분명히 새다. 이 새 양쪽으로 해와 달이 빛나고 있다. 이 또한 박물관 설명글에는 '태양'이라 했지만 나는 해와 달로 보고 싶다.
그 아래 새 두 마리가 입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여자와 남자가 아닌가 싶다. 남자와 여자가 입을 맞출 때 곡식의 신인 새가 생명의 씨앗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청동기는 씨앗과 생명의 탄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사와 아이의 탄생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