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배경투표지분류기 제작 제안 요청서에 나오는 추진배경
정병진
2014년식 투표지분류기의 내구연한은 아직 6년이나 남은 상태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가 납품업체를 바꿔 또 다시 기기 제작을 한 배경 중 하나는 "유효투표지의 높은 미분류율"이다. 그 밖에 "장애시 처리과정 복잡", "특수 지질 투표용지만 분류 가능해 예산 낭비 및 업무량 과중", "투표지 오적재 개연성 원천 예방, 차단" 등의 이유를 든다.
투표지분류기의 성능이 저하됐다면 부품교체, 점검 보수와 수리,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으로 기능을 향상할 수도 있다. 일례로 중앙선관위는 2008년 제작한 USB 방식의 투표지분류기 484대의 경우, 2014년 3월, 전국에서 회수하여 이 같은 방식으로 점검‧보수하고 프로그램을 개선한 바 있다. 그런데 왜 100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표지분류기를 또 제작하는 걸까?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표지분류기 신규제작 사유에 대해 "기존 기기를 전부 교체하려는 게 아니라 6.13 지방선거 때 (처리해야할 투표지) 물량이 많이 늘어 추가 제작한 거다. 이번 지방선거 때 기존 기기를 포함해 약 2550대를 사용할 예정이다. 기존 기기를 폐기하지 않기에 예산 낭비는 아니다"라고 해명하였다. 신규 기기 도입 추진배경에 "유효투표지의 높은 미분류율"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지적하자, "그건 기존 장비가 좋지 않아서 혹은 기기가 부정확해서 그런 조건을 단 게 아니라, 기기를 제작할 때 공통으로 들어가는 기술조건이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고 낭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진 않는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처리해야할 물량이 많이 늘어 추가 제작을 하였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5월 4일 현재 6.13 지방선거의 선거인 명부조차 작성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인명부 작성 기간은 5월 22일부터 5일간이며, 이 명부가 나와야 실제 선거인의 증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