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정경제를 흔드는 건 어버이날과 월말에 있는 친정 엄마 생신이다(사진은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tvN
5일과 8일이 낀 연휴는 복잡할 것 같아 지난 4월 30일부터 3박 4일간 친정 엄마와 제주도에 다녀왔다. 엄마는 족저근막염이라 잘 걷지 못해 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데, 딸이 여행 보내준다며 좋아하셨다. 제주 전통 시장에서 생물 갈치를 사다 조림도 만들어 먹고, 아프면 아픈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풍경과 이야기와 시간을 공유하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런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3월 남동생 가족과 우리 가족은 5월 말에 있는 엄마 생일에 맞춰 엄마와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숙소를 어디로 정할지 단체카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엄마의 메시지.
"난 여행 안 가도 된다. 돈이 좋으니 용돈만 보내라."
올케도 같이 있는 방에 올라온 메시지에 내 얼굴이 화끈 거린다. 여행은 여행이고 용돈은 용돈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예전에도 같이 식사만 하고 용돈 안 줘서 서운했단 이야기를 꺼내며 어버이날이랑 생신에는 용돈만 보내면 된다고 하신다. 친정 엄마가 만나는 동네 아줌마들은 명절이나 어버이날처럼 어떤 날이 지나고 나면 '용돈 배틀'을 한다.
"우리는 이번에 며느리가 50, 딸이 30 줬어."
"김씨는 자식들이 100만 원씩 모아서 여행 다녀왔다네."
"그 집은 자식이 많아서 좋겠네. 난 아들밖에 없으니까 아들이 용돈 주고 간 게 다지. 그래도 이번엔 30주더라고. 작년엔 20줬는데 말야."행사 때마다 10만 원 밖에 드리지 못하는 딸을 둔 어머니는 기가 죽기 싫다는 이유로 실제 받은 돈보다 금액을 올려 말한다. 많은 금액을 받을수록 자식을 잘 키운 사람이 되고, 자식에게 효도 받는 부모가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식이 '누구네 부모는 배낭여행이랑 어학연수 보내줬다더라'는 투덜거림을 하면 천하에 몹쓸 놈이란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대로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받았는지 자랑하는 게 자연스럽다. 자식에게 많은 걸 받을수록 부모 위신이 선다. 자식이 부모에게 받는 걸 불평할 수는 없고 역만 가능한 이유는 뭘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공존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