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가 충남 예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재환
이완배 기자는 지난 1997년부터 10년 동안 <동아일보>에서 일했다. 이후 지난 2014년부터는 <민중의 소리>에 합류해 '가난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기자들은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이완배 기자는 팟캐스트 <김용민의 브리핑>에서 경제의 속살 코너를 맡아 유명세를 탔다. 경제통인 이완배 기자가 충남 예산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열일 뒤로 하고 그의 강연을 들어 봤다. 이완배 기자의 강연은 지난 11일 충남 예산군립도서관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시장과 정부를 넘어서는 시민의 공공성'. 강연 주제는 제목만 봐서는 꽤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 유머를 섞은 이완배 기자의 말솜씨에 강연을 주최한 충남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완배 기자는 "지난 2014년 춘천에서 열린 전국농민회 대의원대회에서 강연을 했다"며 "전농 관계자는 나를 마흔 중반에 민주진영으로 투항한 이완배 기자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그의 <동아일보> 전력을 빗대어 '투항'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요즘 <동아일보>는 농민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다.
이완배 기자는 우선 경제학자들이 자본가에 부역한 역사를 꼬집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아담스미스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며 자본가들의 이기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더해 멜서스는 "굶어 죽는 사람을 구제할 필요가 없다"며 자본주의로 부를 축적한 상류층에 면죄부를 줬다.
그의 '독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도 한국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에 가까웠다고 진단했다. 또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장은 박정희가 아닌 미국의 계획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1972년도까지도 남북의 GDP(국내총생산)는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그 전까지는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1970년대 신문을 찾아보면 사회주의에 가까운 통제가 이루어졌다. 사회 지도층이 양담배를 피우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박정희 때문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한국이 무너질 경우 태평양 전선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신자유주의처럼 시장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자본주의는 끝없는 소비와 탐욕을 부추기고 있다. 이완배 기자는 전통가치인 협동 정신을 되살려야 시장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완배 기자는 "시장을 제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며 "인간은 자발적인 협동의 원리로 건강한 사회를 이어왔다"며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협동(혹은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규칙과 규율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이라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시장과 정부를 넘어서는 공공성은 결국 '협동'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