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만난 권총강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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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①] 2000년 10월 2일 8PM어느 정도 시차가 적응되어 갈 무렵 아직 길도 잘 알지 못하는 나를 두고 친구이자 직장동료가 먼저 창고로 이동했고, 나는 당시로는 따끈따끈한 삼성 폴더폰을 하나 계약해서 쓰다듬으며 차를 몰고 반 시간 정도 후 회사 창고로 향했다.
대로에서 벗어나 창고로 들어가려고 우회전을 해 직진한 후 2, 3분이 지났을까(왕복 4차로의 도로는 텅 비었고 반대편에 작은마을 버스가 정차하고 있었다) 저 앞에 한 남자가 무단횡단을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먼저 지나가라고 수신호를 보내자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었다.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가만히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강도는 침착하게 총구로 전면유리를 툭툭 치며 차 문을 열라고 종용한다.
저 총이 진짜일까 가짜일까, 액셀을 밟아서 지나가 버릴까, 옆에 미니버스도 있는데 도와주지 않을까... 등등의 벌어진 상황과 이성적인 판단이 뒤섞여 있을 때 다시 한번 총구로 앞 유리를 침과 동시에 양 옆으로 두 명의 공범이 달라붙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손잡이를 끊임없이 달그락거린다. 문을 열자마자 가방, 지갑, 휴대폰, 탈·부착식 카오디오까지 가져가 버렸다. 아직 첫 통화도 못해본 휴대폰이었는데...
한참을 지나서 친구 부인이 출퇴근하던 길에서 무언가 찾았다며 가져왔다. 그날 잃어버렸던 지갑과 한국 돈, 가방을 길에 놓고 팔길래 헐값에 사왔다 했다. 물론 휴대폰과 멕시코 돈은 없었다.
[사건 ②] 2008년 토요일 오후8년 후 토요일 오후였다.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어서 누군가 창고 문을 두들겼다. 내다보니 모르는 현지인이 지인의 소개로 왔다며 물건을 구매하러 왔다고 했다. 자주있는 일이라 별 의심없이 육중한 철문을 여는 순간 주위에 숨어있던 일당들과 같이 순식건에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림을 당한 후 한 명이 '없어 없어(노 아이, 노 아이 나다)'라고 연신 외쳐댄다. 뒷목에 서늘한 총구가 한층 더 위협적으로 내리 눌러댄다. 정확하게 돈의 위치를 알고 들어온 공범들이었다. 로센도(얼마 전에 공금 횡령으로 잘린 놈이다)! 다행히 현금뭉치는 없었고 디카, 휴대폰, 약간의 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누군가가 창고에 같은 수법으로 들어왔고 사장 부인은 혼절할 정도까지 맞았으며 상당한 양의 물건을 탈취해갔다고 들었다.
[사건 ③] 2009년 어느날1년 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2003년 지인을 통해 인수한 빵집으로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본 기억 때문에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어마어마했고, 커가는 아이들과 반비례하게 월급은 늘 마이너스였다. 빵집 인수를 통한 고통은 6년째 지속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신용불량, 가족들의 연계고통 등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였다.
한가한 오후. 지루하다 할 때쯤 두 명의 젊은애들이 들어왔다. '살 것 같지 않은데'라는 판단이 서기 무섭게 한 명이 카운터 쪽으로 뛰어오며 옆으로 멘 사각 가방에서 총을 꺼낸다. 다른 한 명은 입구를 막아섰다. 순식간에 내 눈 앞에 와서 '디네로, 디네로(돈 돈)'를 연신 외쳐댄다. 메고있던 돈가방을 던지듯 쥐어 주고, 휴대폰, 묶어 놓은 랩탑까지 가져가기 좋게 칼로 끊어줬다. 남자가 6명이었지만 번쩍거리는 권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는 허탈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두 놈은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