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나는 고졸사원이다>대한민국 흙수저 직장인의 생존일기
강상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거의 책 만드는 일을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 주변에 일부 글쓰는 사람들이 자기들도 <브런치>에 연재한 글을 모아 'POD(Publish On Demand-주문형 출판)' 형태로 출판을 했다며 나에게도 POD출판을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꼭 내 책을 서점에 깔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책이 서점에 깔리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줄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어떤 식으로 책을 만들지 고민만 하다가 몇 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POD'를 통해 먼저 책을 낸 동료들은 그 책으로 자기를 홍보하며 출판 후에 할 일들을 찾아 차근 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만 아직 그 자리였다. 그리고 나도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 작가들이 '부크크' 서비스를 통해 POD 출판을 하면 추가 인세를 주는 제도가 생겼다. 그렇게 나는 그 '추가 인세'를 핑계삼아 꿋꿋하게 버티던 내 자존심을 버리고 'POD 무료출판'을 감행했다. 그렇게 내 글은 3년 만에 <나는 고졸사원이다> 라는, 연재글 제목과 같은 제목을 달고 '책'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하지만 역시 POD 출판의 한계는 '홍보'였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만 유통되는 내 책은 출판사를 끼고 낸 책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운 마케팅을 해야했다. 오롯이 누구의 도움 없이 '작가'인 내가 스스로 홍보를 해야한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 열심히 홍보한다고 하지만 그 홍보글을 보는 사람들은 한정이 돼 있고 누가 내 책을 알고 인터넷에 직접 '검색'을 해보지 않는 이상 내 책이 세상에 나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책만 내면 그 뒤는 '작가' 타이틀 달고 뭔가 된 것마냥 탄탄대로가 될 줄 알았지만 책을 내기 전이나 후, 나에게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책 역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내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엄청난 노력을 나 혼자 해서는 더욱 더 역부족이라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 와중에 그래도 고무적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한 권 두 권 내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POD 출판이라 일반 책보다 주문하고 배송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페이지 수도 많아 가격도 비싼데, 그래도 내 책을 주문해준 독자분들이 있었다.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책이 서점에 깔렸어도 지금처럼 '꼭 필요한 누군가만 내 책을 고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가 책을 만들어 더 오랜 시간 노력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책으로, 내 이야기로 조금의 '희망'은 더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애시당초 열악한 출판 환경에서 '인세'로 돈 벌기는 힘들다는 걸 알고 여기에 뛰어 들었다. 나 역시 책 팔아서 돈 벌고 그 돈으로 부자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왜 진작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그랬다면 지금쯤 그 뒤에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내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는 지금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직장생활 이후 내 '창업'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도 언젠가는 '책'의 형태로도 내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만날 거다.
나는 나의 인생 경험을 나누고 그 나눔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얻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경험 공유의 가치'는 위대한 힘을 갖는다. 그렇기에 나는 내 인생을 기록하고 또 그 기록을 어떤 형태이든지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남기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그러기에 '글쓰기'와 '책 출간'은 나에게 아주 좋은 '경험 공유'의 도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쓴다. 나의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15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나의 저서 <나는 고졸사원이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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