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 사과하라는데... 제가 왜요?"

[6.13 톡톡 -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등록 2018.06.04 10:42수정 2018.06.0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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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많은 선거구 중 특히 관심을 끌만한 지역 후보자들을 <오마이뉴스>가 만나봤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입니다. '안철수'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 민주평화당 김윤호 후보를 만나봤습니다.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는 일정 조정상의 이유로 인터뷰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편집자말]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권우성

34살, 그는 벌써 두 번째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치 재수생이다.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하버드대에 들어간 수재에게 재수는 영 어색한 일일 터. 6.13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는 그럼에도 '투 고'를 외쳤다.

"2016년에 만약 비례 받고 끝냈으면 '고생했다' 훈장 이후 내리막길이었을 거예요. 거기서 한 번 고를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어려운 선거인 거 알았어요. 그래도 투 고를 했죠. 제 본업은 정치입니다. 빚 안 지려고 연예방송까지 나갔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어요. 정치는 이제 숙명이 되는 거 같기도 해요."

2016년 총선 패배의 경험으로 "쓸데없는 짓은 안 하고 다니게 됐다"는 이 후보는 작게 시작했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상가 2층, 8평짜리 가게 자리가 그의 선거캠프다. 사무실 문만 열면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 지난 5월 29일 이뤄진 인터뷰 도중에도 불청객과 유권자들이 번갈아 그를 찾았다. 그의 방문을 요청하며 울리는 사무실 전화도 수시로 인터뷰를 방해했다. 선거사무원이 아무리 조용히 전화를 받아도 대화 소리가 다 새어나왔다.

선거운동도 가볍게 출발했다. 5월 31일,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 이 후보를 만나기 위해 꼬리잡기 게임을 해야 했다. 10분 전 상계역이었는데 이제는 마들역에 있다고 했다. 유세차량을 타고 '사람이 모였다'는 곳을 향해 내달리는 게 선거운동 방식이다.

"안녕하세요, 보람아파트 주민여러분. 기호 3번 국회의원 후보 이준석입니다. 보람아파트 208동 주민 이준석에게 한 표 부탁드립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101동에 살았네요. 101동 주민여러분도 한 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일 동안 사무원 한 명과 유세차량을 타고 다니며 공약을 설명하고 유권자에게 인사하는 선거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버리는' 선거 중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권우성

그는 '버리는' 선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2016년 총선 출마 때 얻었던 새누리당 고정 지지층 30%를 버렸다. 직전까지 노원병 국회의원이었던 '안철수 후광'은 자의타의로 버렸다. 극심한 공천갈등을 겪으며 바른미래당 후보라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누군가는 안철수 전 의원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반대 상황인 거 알만한 분은 다들 아시죠. (탈당으로) 새누리당 고정 지지층 30%를 던지고 하는 선거니, 어떤 선거보다 개인이 노력해야 하고 개인으로 평가 받는 지점이에요. 안철수 대표와 공천 갈등 있는 거처럼 비춰질 때 지역에서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라는 분도 계셨어요. 당 지지율이 10% 미만이니 무소속이나 그게 그거라는 거죠. (한 편에서) 자유한국당 지지해오신 분들은, 이준석은 지지하는데 바른미래당 갈등 보면 도저히 뽑을 수 없다고 하세요. 그거 또한 감내해야 할 패널티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최근 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5~6%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발표된 그의 지지율은 19.8%(T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노원병 거주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5월 28~29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 유·무선 병행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4.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당 지지율의 4배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는 건 '개인 이준석'의 개인기라는 평이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그래서, 국회의원은 이준석'이다.

바른미래당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하냐 묻자 그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얘기부터 꺼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할 때 한 누리꾼이 댓글로 그러더라고요. '철수 맛 좀 봐라'고요. 안 대표가 민주당에 있으면서 '패권세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어요. 다수파에 공격당한 이력 때문에 반대로 본인의 세 형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거 같아요. 본인이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을 때 바른미래당 절대다수파가 될 수 있는데 아쉽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끝까지 전권을 주면서 친노패권주의를 벗어냈기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안 대표가 민주당 정도 되는 규모의 정당에 있으면 패권주의라고 해도 전술적으로 틀린 건 아닌데, 바른미래당에서 그러려고 하는 건, 잘못된 미러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후보에 대한 공천은 지난 15일에야 확정됐다. 경쟁자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천은 지난 4월 17일에 확정됐다. 한 달의 시간 차는 바른미래당 공천 잡음 때문이었다. 안 후보의 측근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노원병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안철수-유승민' 계파갈등설이 불거졌다. 김 교수가 출마를 포기했음에도 공천관리위원들의 의견이 갈려 이 후보 공천이 지연됐다. 상대 후보가 사전선거운동을 벌일 때, 이 후보는 '공천 잡음'으로 소모됐다.

"95%의 국민은 공천파동이 어떻게 된 건지 이미 판단이 끝났어요. 그런데 안 대표 주변 사람들은 저보고 안 대표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라고 해요. 왜? 그것마저도 명확하지 않아요. 뭘 사과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철수 맛 좀 봐라'가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요."

"창동 차량 부지에 8만 개 일자리? 다 뻥이죠, 맞서 싸울 겁니다"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지지 부탁하는 노원병 이준석 후보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마들역 부근에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권우성

공천파동으로 지지부진하는 사이 상대 후보인 김 후보의 지지율은 이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5월 30일 발표된 조사에서 김 성환 후보 지지율은 49.2%로 조사됐다.) 그는 '후광효과'가 작용한 것이라고 봤다. 

"김성환 후보는 사무실에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크게 걸어놨더라고요. 선거전략상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겠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 내려가면 사진 내릴 건가요? 그럼 쪽팔리는 일 아닐까요."

그는 김성환 후보가 구청장을 지낸 지난 8년 동안 상계동은 활력을 상실한 도시가 됐다고 진단했다. 1988년 대대적으로 지어진 '상계 신도시'의 주거 경쟁력이 소멸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원역 앞 주공아파트 7단지는 다 복도식인데 저 어렸을 때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면 복도에 유모차 한 대씩 다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할머니들 의자 달린 보행기가 다예요. 지난 8년 동안 상계동 인구가 10%나 줄었어요. 김성환 노원구청장 시절이죠. 상계 신도시가 부부가 애 둘 키우고 살던 곳이었는데 지금 거기에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게 슬럼가 모델이에요."

그는 김 후보를 향해 "창동 차량 부지에 일자리 8만 개를 만든다는데 다 뻥이다, 상계동 인구가 20만인데... 나는 그 뻥에 맞서 싸우겠다"라며 "그 부지에 8만 명이 서 있기도 힘들다, 강제 노역장을 만들겠다는 거냐"고 날을 세웠다.

창동 차량 기지 부지 활용에 대해 이 후보는 "상계동은 공무원이 살기 좋다, 최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합병됐다"며 "4, 7호선이 교차하는 이곳에 사옥을 통합하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걸 제안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 유치하는 건 서울시장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라고 제안했다.

그가 뽑은 대표공약은 '7호선 급행열차'다. 이 후보는 "출퇴근 시간 10분씩, 20분 단축은 의미가 크다, 어렸을 때 아버지 퇴근을 기다렸는데 아버지가 10분이라도 더 일찍 왔으면 하는 건 대여섯 살 아이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6호선 분당선 급행을 대선 공약으로 내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원하면 (정부나 서울시장도) 반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34살, 그의 꿈은 '정치인'이다. 왜 정치여야만 할까.

"김정은 위원장마저도 어린 나리에 자기 관리를 하며 정치를 훈련해요. 그런 사람들은 거시적으로 현상을 보는 습관이 생기죠. 저도 상계동 돌아다니면 어느 거 하나 제 일이 아닌 게 없게 느껴져요. 정치가 판검사 지내고 기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되잖아요. 정치인 이준석의 신념대로 정치하고 있고, 그걸 주민들이 알아주시면 당선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6.13 톡톡 -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 대통령과 함께 한 1년 2개월, 정부 성공 돕겠다"
[②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안철수에게 사과하라는데... 제가 왜요?"
[③ 김윤호 민주평화당 후보] "노원에서만 30년, DJ처럼 사즉생으로 뛴다"
#노원병보궐선거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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