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여전히 문제는 '민주주의'다

6월항쟁을 돌아보며, 한반도 평화와 페미니즘 정치의 성공을 고민한다

등록 2018.06.09 14:33수정 2018.06.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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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중심으로 거대한 전환의 시계추가 움직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오랜 적대와 냉전적 대립이 종결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뿌리 깊은 권위주의적 정치사회 문화를 페미니즘 정치가 변혁하려 하고 있다. 촛불시민항쟁 이후 한 번의 대선을 치렀고, 한 번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 시기, 대한민국 시민들은 대전환기에 서 있다.

문제는 시대정신을 담아낼 대한민국의 구조적 그릇이다. 우리 정치 제도는 급격히 변하는 시대를 오롯이 구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구조적 변화를 이뤄낸 '6월 항쟁'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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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6월 항쟁 그 아름다운 미완의 혁명

'독재자' 박정희는 영구집권 야욕을 유신헌법에 담았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어 대통령 선거를 간선으로 치렀다.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 또한 5공 개헌에 간선제를 담았다.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변형된 유신헌법이었다. 간선제는 민주적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독재의 상징이었다.

민주화 운동은 자연스럽게 직선제 쟁취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전두환은 호헌을 발표한다. 간선제를 유지하고, 독재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민주화를 열망하던 이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으로 거세어진 민주화 운동은 87년 6월 10일, '6월 항쟁'으로 불타올랐다. 결국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민주헌법을 쟁취해냈다. 한국 민주주의의 고귀한 역사적 진보가 헌법에 아로새겨졌다.

1987년 6월 항쟁, 직선제 쟁취 그리고 한계

처절한 저항으로 이뤄낸 민주헌법 쟁취는 한국 민주주의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실이며, 민주주의가 공허한 이상이 아닌 실재하는 권력임을 천명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87년 체제 이후 30년이 흘렀다. 피 흘림 없이 6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안정적으로 공고화되었다. 그러나 직선제 쟁취는 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87년 민주헌법 쟁취는 신군부 세력이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진보 앞에 굴복한 것이기도 하지만,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이 분열하면서 반사이익으로 집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군부 잔당의 계산과 맞물려 이뤄진 것이기도 했다. 신군부 잔당의 계산은 현실이 되었다. 민주헌법 아래 첫 대통령 선거 결과 노태우가 당선된 것은 직선제 개헌의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신군부 잔당이 재집권했다고 해서, 민주헌법이 지배하는 시대에 폭력의 시대 통치 방법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대신 부패세력은 박정희 시대에 시작되었던 망국적 지역주의와 반공주의를 적극 활용했다. 전면에 폭력과 위악을 드러내지 못하니 기만과 위선이 판치는 시대가 시작한 것이다. 결국, 뿌리 깊은 유신의 고리는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6월 항쟁의 역사적 진보는 박정희의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독재자의 딸은 결국 탄핵됐다. 부정한 권력자를 몰아내는 민주주의 원리. 인민주권을 오롯이 실현해낸 것이다. 그러나 촛불시민항쟁의 변혁 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다. 정치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정치 사회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처절한 저항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끌어 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에 갇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 민주주의를 더 민주화하는 개혁의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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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월항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사진은 대구은행 본점 앞. 2.6월 26일 평화대행진 당시 부산시. 3.6월 26일 전주 중앙성당 앞. 4.6월 10일 광주시 동구 중앙로 중앙대교 부근 ⓒ 민청련동지회


6월 항쟁의 한계를 넘어, 민주주의 질적 변화를 향해

6월 항쟁은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승자독식에 머물러 있다. 기만과 위선의 정치가 민주화 이후 오래 이어진 이유는 바로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정치 구조에 있다. 구조악이다.

권력은 집중되고 집중된 권력은 민주주의를 기만한다. 무수히 많은 역사의 증언이다. 권력 집중을 막는 민주주의 원칙을 오롯이 실현시키는 것만이 그 기만과 반동의 역사를 막아낼 유일한 방법이다. 그 방법의 구체적 실천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촛불시민항쟁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민주 정부가 세워졌지만.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의 진보를 이룰 수는 없다. 재벌, 어용언론, 고위관료의 기득권 카르텔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에 관리된 미완의 혁명을 거듭할 수는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이어진다. 지면 모든 것을 잃는 구조 속에서 정치인은 쉽게 부패의 유혹과 마주한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정치인이 생계형 정치꾼이 된다. 동시에 대중영합주의에 노출돼 사회에 꼭 필요한 의제들에 둔감해지고, 선심성 정책만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페미니즘같이 꼭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의제화가 덜 된 의제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 등은 외면하고, 지역구 예산 더 끌어오는 것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처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분야마저도 정략적으로 접근하여 외면한다.

선거제도 바꿔야 변화는 완성된다

선거제도 개혁이 해답이다. 민의를 그대로 흡수하는 비례대표 선거제도에서는 정책 선거를 치르게 된다. 정당이라는 정책 생산과 책임 주체에게 투표하고, 정당의 득표율 따라 의석을 얻게 되면, 유권자는 사표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기 쉽다.

협력과 경쟁의 합리적 기준이 자리 잡으면 온건 다당제로 연결된다. 어떤 정당도 전횡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 의제와 같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합의되면 정책 안정성을 보장한다. 소수 정당도 제 목소리를 갖게 된다. 페미니즘과 같이 기득권 정당이 외면한 목소리를 꾸준히 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기형적 다당제 구조다. 기형적 다당제 구도를 온건 다당제 구도로 바꿔 한반도 평화와 같은 의제에 초당적 협력을 견인하고, 페미니즘과 같은 정치의제가 꾸준히 발의되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유럽 선진국의 정치 구조다.

초월적 지도자가 국가를 완벽하게 개혁할 것이라는 믿음이나, 의회를 완전 부정한 혁명을 꿈꾸는 것만큼 반민주적인 상상도 없다. 반동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오기가 힘들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를 움직이는 큰 흐름을 바꿔야 비로소 혁명이 된다. 촛불시민항쟁이 항쟁으로만 기록되지 않기 위해, 변화의 근본을 직시해야만 한다.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이 아닌, 변화의 근본을 직시하는 정치인에게 한 표의 무게를 더하자.
#6월 항쟁 #촛불시민항쟁 #정치개혁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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