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행보가 이상하다. 증선위는 비밀엄수를 기본으로 하는 운영원리와 배치되게, 두 차례나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6월 21일 나온 보도자료에는 금융감독원에 "지배력 판단 변경에 대한 지적내용과 연도별 재무제표 시정방향"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원 조치내용을 보완 요청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증선위는 2015년 이전의 수정 회계처리 방향이 잡히지 않으면 최종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2015년 이전 회계처리의 방향에 따라서는 최종결론이 과실 또는 중과실로 나올 수 있는 후속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분식회계 핵심은 4.54조 원의 이익이 적정하느냐의 문제과연 그럴까?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방향이 잡혀야만 2015년 회계처리의 부당함을 논할 수 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핵심으로 돌아가보자. 핵심은 2015년 장부에 반영된 4.54조 원의 종속회사주식처분이익이 올바른 회계처리인가 여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열사로부터 1.17조 원의 출자를 받아 2015년까지 0.53조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여 0.64조 원의 순자산이 남아 있는 회사였다. 그 회사가 순자산의 7배가 넘는 거액의 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는데, 그것이 적정한지 여부가 이번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이다.
2015년에 4.54조 원의 거액을 인식하려면, 1)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2014년말까지 유지되다가 2015년에 갑자기 상실되었고, 2) 2015년 말 시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평가액도 5조 원이 넘었다는, 현실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두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의 감리위원회와 증선위 심의 과정을 통해 이 부분은 결론이 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5년 이전의 상황이 무엇이었든 간에, 즉 지배력이 2012년 설립시점부터 없었든 아니면 2013년이나 2014년쯤에 잃어버렸든, 2015년에 4.54조 원의 이익을 반영한 것은 잘못된 회계처리라고 결론이 나 있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주식처분이익 4.54조 원을 방어하지 못했다면 경기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미 골은 들어가고 경기종료 휘슬을 불었는데, 마치 승부가 아직 나지 않은 것처럼 우기는 형국이다.
공시누락도 중대한 문제일 수 있어
게다가 감리위위회 단계에서 공시누락은 압도적으로 표 차이로 인정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장부가 바뀌는 것에 비해 공시누락은 가벼운 것으로 취급된다. 통상적으로 장부가 바뀌어야 상대적으로 중대한 위반이고, 장부가 바뀌지 않고 공시만 누락한 것이라면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누락은 다르다. 공시누락이 미친 영향이 광범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예 콜옵션 존재여부를 알리지 않았고, 2014년에는 "바이오젠은 지배기업과의 주주간 약정에 따라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만 공시했다.
바이오젠이 49.9%의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하기로 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 큰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려진 것처럼 당초 투자단가에 약간의 이자만 더한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급증한 상황에서 헐값에 절반을 남에게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2014년 공시도 매우 불충분한 공시이다.
3개월 사이에 발생한 3배 차이의 평가결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5조 원이 넘게 평가된 것은 삼성물산이 자체 결산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2015년 8월 기준으로 이루어진 평가에서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를 6.85조 원으로 평가했고,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5.27조 원(91.2% 지분가치는 4.81조 원)으로 평가했다.
이 평가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는 다른 기관의 평가와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평가한 것이 있다면 검증이 더 쉬울 것이다. 좋은 비교 대상이 존재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가에 따른 합병비율이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 보기 위해서 두 회사가 각각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에 의뢰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평가에서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가치를 각각 19.30조 원과 18.49조 원으로 평가했다. 안진회계법인을 기준으로 보면, 아래의 [표1]과 같이 동일한 기관이 3개월의 시차라는 아주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평가방법(DCF)으로 평가했는데 3배의 평가결과 차이가 나온 것이다.
[표1 : 안진회계법인의 두 번의 평가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