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이모티콘아재들의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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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겁니까'노망'과 관련된 일련의 에피소드를 겪다보니 불현듯 이런 의구심이 일었다.
'로망을 가져도 죄가 되지 않는 나이대가 있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대체 몇 살부터 로망이 노망으로 산화되는 것인가?'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나 단톡방의 선배도 한때는 자신들의 취향이나 바람을 마음껏 얘기한들 그것이 전혀 비난거리가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비록 남들이 볼 때 그들의 취향이나 바람이 그들의 이미지와 맞지 않더라도, 그저 저 인간 나름대로 삶을 낭만적으로 즐기는 방식이려니 하고 뭇사람들로부터 이해받았을 테다.
'로망'은 영어 낭만적(Romantic)에서 파생한 한국식 은어다. '낭만(浪漫)'이라는 한자어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결이나 파도 따위가 어지러이 흩어지거나 일렁이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마음이라는 물결이 이끌고, 가슴이라는 파도가 시키는 일들에 스스로 진솔하게 귀 기울여 보는 일이 낭만이고 로망인 셈이다.
반면 한 글자 차이이기는 하지만 '노망'은 부정적인 단어다. '노망(老妄)'이라는 말 역시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늙어서 허망한 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나이든 사람이 분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보일 때 "노망들었다"고들 한다. 속된 표현으로 추태나 꼴불견이다.
사람들은 흔히 로망을 젊음과 결부시키고는 한다. 20대 대학생이 대뜸 휴학계를 내고 1년간 무인도나 오지로 여행을 떠났다한들, 우리는 그를 두고 노망났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낭만적인 탐험가라 칭송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50, 60대 돌싱(돌아온 싱글)이 평생 갑갑하게 한국에서만 애정 어린 인간관계를 맺어왔던 일에 분개하여, 이제부터 낭만적인 자유 연애주의자가 되겠다며 유럽 한복판으로 이민을 떠난다면 우리는 그 인간을 두고 험담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한국사회 기성세대의 문화에서 말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과 가슴이 일렁이는 대로 삶을 띄웠을 뿐인데 왜 이토록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둘의 차이는 단지 풋풋한 청춘이냐 '불타는 청춘'이냐, 그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