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봉태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봉태규 인스타그램
솔직히 고백하건대,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아이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하겠다'는 나조차도 견고하게 짜인 사회적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들과 딸을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에 가두지 않고, 성별 고정관념 없이 기질 그대로를 존중하며 키우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실천은 또다른 도전이다.
출산 전, 엄마가 다쳤을 때의 아이들 반응을 성별로 나눠 분석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남아들은 엄마가 울거나 말거나 본인이 하던 놀이를 계속했지만, 여아들은 함께 울며 공감한다는 실험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성별에 따라 정말 확연히 달라 보였다. 남자는 무뚝뚝한 게 당연하구나, 공감은 여자의 본능이구나 하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막상 두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정반대다. 딸보다 아들의 공감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 아프다고 하면 멀리서도 뛰어와 괜찮냐고 묻고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등의 감정표현도 더 풍부하다. 사소한 일에 쉽게 상처받으며 자주 울기도 한다. 또 '샤랄라' 하는 공주 드레스를 입고 소꿉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며, 누나는 전혀 가지고 놀지 않던 인형을 안고 놀기도 한다. 말투나 행동, 취향 모두 '여성스럽게' 보였다.
남편이 그런 아들을 보며 "남자애가...", "나중에 커밍아웃하지 마"라고 할 때, 그런 말 자체가 성차별이고 억압이라고 지적했지만, 실은 나도 속으로 '진짜 커밍아웃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누나가 발레하는 모습을 보고는 울면서 '나도 발레 시켜달라'고 조를 때는, 나도 모르게 '남자애가 무슨 발레를...'이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오르기도 했다.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내가 싸워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은 '기존의 나'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아이들을 사회적 기준이 아닌 아이들만의 온전한 모습으로 존중하며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성별 고정관념, 성차별적인 편견들과 끊임없이 마주하고 싸워야 한다. 소신 있는 육아에는 지속적인 성찰과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