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 쓰는 메뉴판과 정갈한 그릇들을 갖춘 우리의 교토 심야식당
박솔희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어보니 이런 단골 위주의 장사 관습은 일본인 중에서도 특히 교토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았다. 손님도 가게를 고르지만 주인도 손님을 선택한다.
뜨내기보다는 단골 손님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운영 방식을 찾아낸다. 교토 사람들은 장사를 단순히 돈을 버는 일로, 손님을 왕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장사란 주인과 손님의 예절바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제주에 일주일에 나흘만 문을 여는 작은 서양식당이 있었다. 런치와 디너 각각 네 팀씩만 예약제로 운영하고 전화번호도 따로 없이 카카오톡으로만 문의를 받았는데, 유명 방송에 살짝 등장한 이후로 입소문을 타고 예약문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
일반적인 장사꾼이라면 환영할 상황이지만 소박한 삶을 꿈꾸며 제주로 내려온 주인 부부는 감당되지 않는 상황에 무기한 장기 휴업에 돌입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지는 제주에서 이런 가게들을 심심찮게 본다. 결국 우리는 멋진 레스토랑 하나를 잃었다.
특정한 가게가 뜬다고 해서 마구 몰려가 유행시킨 뒤 맛이 변했다느니 예전 같지 않다느니 툴툴대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에 있는 가깝고 믿을 수 있는 단골집을 꾸준히 이용하는 일본인의 태도가 한 자리에서 오래 장사하는 성실한 주인장들을 만들어온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굴뚝 없는 산업'이 "관광객 오지 마세요"로 변하기까지최근 서울 북촌에서는 주민들이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제기하는 시위를 하고 있단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며 각광받을 때는 언제고, 관광이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이유는 뭘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교토 역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심각한 도시 중 하나다.
우리는 사람에 치이는 게 싫어서 성이니 절이니 하는 유명한 관광지는 하나도 가지 않았다. 유명 맛집도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진짜 여행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만의 심야식당을 찾아내고, 조용한 단골이 되는 일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우리가 갔던 장소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하나도 적어놓지 않지만, 대형매체에 소개된 유명한 가게로 우르르 몰려가기보다는, 각자의 심야식당을 찾아내는 여행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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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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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타고 대박 난 식당, 왜 장사 안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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