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기
지구별 모든 생명체의 생존방식은 참으로 다양한 거 같습니다. 그 중 저는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과 하루살이를 해보았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에만 활기를 띠는 인력업체를 아는 형님의 소개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연일 폭염으로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주변 인력공급업체마다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형님을 따라간 그 업체도 족히 5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어디로 일 나가라는 업주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곳은 1인, 어느 곳은 2~3인 짝을 지어 일터로 내보냈습니다.
저도 신분증을 줘놓고 기다렸습니다. 같이간 형님이 먼저 부름을 받고 출근했고, 잠시 뒤 저도 어느 설비업자를 따라가라는 부름을 받고 업자 트럭을 타고 일터로 갔습니다.
업자를 따라간 일터는 경주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뭣하는 일일까 궁금했는데요. 6미터,3미터,1미터짜리 쇠파이프로 연결하고 고정하여 2층 난간 발판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어디가나 일용 잡부는 업자가 시키는 잔심부름과 청소 같은 뒷일을 하였습니다.
거기에 가서 처음 알았습니다. 설계하고 총괄하는 건설업자가 있고, 여러 가지 설로 참여하는 업체가 있음을. 전기와 소방을 담당하는 업체, 철근구조를 담당하는 업체, 콘크리트를 치는 업체, 목수와 비계를 담당하는 업체가 제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작업 중이었습니다.
비계라는 이름은 낯이 설었습니다. 건물 옆 작업을 하도록 발판 구조로 만드는 작업 이름을 비계라 하였습니다.
작업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콘크리트 작업 전 철근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자는 모두 쏼라쏼라 하였습니다. 중국인들이 대부분 그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비계작업은 업자와 직원, 파견일용직인 나, 이렇게 셋이서 진행했습니다. 이미 절반은 되어 있었고, 나머지를 진행해 오후 2시경 마무리 지었습니다. 점심은 낮 12시경 정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그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작업 참석자는 열심히 맡은 바 일을 해나갔습니다. 너무 더워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현장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만두고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오후 2시에서 오후 3시까지 1시간 정도 그늘에서 쉬고 나니 조금 괜찮았습니다. 업자는 내일 작업할 자재를 실어야 한다며 트럭에 태워 덕하 적재장으로 갔습니다. 구석에 박혀있던 발판으로 쓸 자재를 수백 개는 꺼낸 거 같았습니다. 건설자재를 보관하는 곳은 더 뜨거웠습니다. 둘레로 담벼락을 설치해두어 더했습니다.
보통 건설잡부로 나가면 오후 4시 30분이면 모두 정리하고 일을 마치는데, 개인업자고 1시간 쉬게 했다고 일을 더부려먹나 싶었습니다. 오후 5시를 넘겨 작업이 끝나고 인력업체로 수고비를 받으러 가니 오후 6시가 다되었습니다.
비계는 일당 11만 원이라 했고, 내겐 10만 원을 주었습니다. 용역업체서 1만 원을 수수료로 제하나 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올해 무더위로 숨진 사람이 28명이라 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더위 안 먹고 일당 벌어서 다행입니다. 건설업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고생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무더위에 건강 챙기면서 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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