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주최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김종용
대리기사 등 우리 사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방안들이 발표되었다. 6일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심의 의결했다며 "다만 이들의 근로 형태가 다양해 고용보험을 단계 적용하되 먼저 적용할 직종은 올해 안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률상 개인사업자에 해당하지만 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강해 경제적 지위가 취약한 업무종사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선거 공약을 통해 이들의 노동삼권 보장과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정책 추진을 약속한 바 있고 이번 발표는 그 공약 실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종사자들의 법적, 제도적 지위에 대한 확실한 규정과 대책은 뒤로 미룬 채,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고용보험 문제만 다룬 것이다. 현재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이들은 애매한 사회적 존재 형태 하에서 법과 노동삼권 등 제도적 보호에서 소외된 채 각종 불공정한 피해와 비루한 수익을 감수하면서 우리 사회의 대다수 취약계층을 이루고 있다.
현 정부의 대통령선거 공약도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코자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새정부 들어선 지 1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많은 기대를 모았던 관련 정책들이 시간만 흘러간 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게다가 이번 발표된 고용보험대책마저도 그 적용을 위해서 더 많은 논의와 고용보험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하니, 몇 년이 더 지나야 실질적인 적용이 될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좋은 일 하려다 지옥 가나우리는 이미 당국의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 오히려 비현실적 대책으로 전락한 채, 현장의 외면 속에 흐지부지된 사례를 적잖이 경험하였다. 예컨대 몇 년 전 실시된 대리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 정책이 실제로는 현장의 외면 속에 실 가입대상자가 기껏 12명(12만 명이 아니다)에 불과한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마감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일반 사업체와 달리 대리기사와 사업자가 각기 절반의 산재보험료를 부과토록 하는 정책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당장 하루벌이에 급급한 대리기사들이 절반의 보험료를 내려 하지 않고 더욱이 절반의 보험료를 내려하는 사업자도 없는 것이다. 대리업체와 대리기사의 소속관계는 그 형식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업장의 고용과 피고용관계가 아님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정책에 불과했다.
결국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놔둔 채 고용보험정책이 도입된다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인데, 아무런 관련법도 없는 현실 속에서 어떤 대책을 내올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렇듯 좋은 일 하려다 지옥 가는 꼴의 문제는 이것만 아니다.
현재 최저임금의 인상과 주52시간 제도의 시행 등, 현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사회적 일자리는 감소해 가면서 대리업계와 대리기사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대리기사를 할 수 있는 현실 여건상, 줄어든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대리시장에 떠밀려오는 신규기사들이 넘쳐남으로써, 줄어든 저급한 일거리를 둘러싸고 을들간의 힘겨운 경쟁만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서도 보듯이, 대리운전시장은 항시 취약계층의 마지막 생존지대로 여겨진 채 사회적 갈등의 완충지대로만 방치되어있다. 부당이득, 불공정 갑질 등 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있기는 커녕, 공정시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종사자들의 입법활동은 오히려 정부의 공공연한 반대 속에 번번이 좌절돼 버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리업계의 제도화가 방치된 이유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많은 기사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엉뚱한 주장이 나올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리운전법 제정과 노동법 개정 투트랙 바란다우리는 대리기사를 노동자로 분류하건 다른 개념을 도입하건, 공정시장과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도 개의치 않는다. 단,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없이 무책임하게 방치된 시장을 정비하고 종사자들의 단결권 등이 보장되는 방도를 내오길 고대한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이미 대리운전업법을 입법발의한 바 있다. 시장의 공정한 정비와 대리기사의 단결권 보장 등, 그 공정한 법안의 내용을 토대로 개별입법을 통해 업계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의원이 해당 상임위 소속이 아닌 데다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시장 방치가 겹쳐지면서 법 제정에 전혀 진전이 없는 현실에서, 대리운전법을 제정하건 노동관련법을 개정하건, 혹은 행정조치를 통하건 더이상 해결방도를 미룰 수 없음을 정책당국은 명심하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대리기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된 노동과 비루한 수익에 기대어 발전과 번영을 꾀할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의 안락한 잠자리를 위해 언제까지 대리기사들이 저급한 수입과 고된 노동에 헉헉대며 살아야 할 것인가. 시민들의 안전귀가와 안락한 잠자리에 대리기사들의 서러움과 분통함이 그늘져 있다면 그런 것이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대리운전업계가 더이상 사회적 몰락계층의 산소호흡기 역할로 전락하게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우리는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더이상 무책임한 현실 외면과 책임 방기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정책들이 제대로 나오길 바란다. 전국의 수많은 대리기사들을 이대로 죽어가게 놔둘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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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대리기사를 이대로 놔둘 수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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