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도심 거리 곳곳에서 거주하는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놀룰루 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
임지연
그런데 하와이 주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하와이 미관 사업을 위해 노숙인들이 해변 또는 공항 인근에서 취침을 할 수 없게 하는 법규를 신설했다. <뉴스나우>는 해당 법규에 대해 "정부가 하와이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노숙인이 많은 곳이라는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노숙인들은 해변에 들어갈 수 없으며, 이곳에서 눕거나 앉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공항 인근에서 취침하는 노숙인은 관리인에 의해 즉각 건물 밖으로 퇴출 당한다. 이를 어긴 자에 대해서는 1000달러의 벌금 또는 30일 이상의 구류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거주지로 사용하거나, 텐트 등을 이용해 캠핑을 하는 경우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법규가 시행된 후 노숙인들이 와이키키 해변 대신 현지인들의 주로 거주하는 마키키, 카이무키, 다운타운, 차이나타운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지 거주민의 거처로 이동한 노숙인들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구걸을 하거나, 아파트 공터 또는 주차장, 상점 앞, 보행자 도로 등에 무단 취식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노숙인에 의한 도난, '묻지마 폭행'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지 주 정부는 올 초 일명 '하우징 퍼스트 스텝'이라고 불리는 노숙인 쉼터를 건설하는 데 3조 5천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주택 사업의 최우선 입주자는 다운타운에 거처를 둔 노숙인 100여 명이라고 덧붙였다. 또, 약 55조원을 추가 투자해 이른바 '홈리스 하우징(homeless housing)' 사업을 펼치겠다고 알렸다.
다만, 사업 실시 기한에 대해서는 '오는 몇 년 이내에는 자금 확보 문제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주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안과 현지 주민이 아닌 여행자만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이 같은 주 정부의 무관심과 날로 치솟는 물가, 부동산 가격 탓에 하와이를 최고의 이민 지역으로 손꼽던 외국인들도 하나둘씩 현지를 떠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향씨(식료품점 운영, 하와이 거주 4년)는 "자녀 교육을 위해 하와이를 찾았지만,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에 고통받고, 작은 가게라도 경영하는 사업자들은 높은 원가 비용 탓에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하와이 이민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예전처럼 당장 와서 시도해 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인들 중에 이미 하와이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역이민자들의 사례도 상당히 많다, 우리들끼리는 이곳을 일컬어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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