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우에노 지즈코의 여성 생존전략서
챕터하우스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는 여성 앞에 놓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리는 경주에서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생의 경주를 이어나갈 것인지, 신자유주의로 더욱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여성에게 쏟아지는 근거 없는 혐오나 비난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성인 저자 자신을 포함한 여성 모두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다짐이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남녀 평등 고용, 살기 좋아졌을까?
조혼이 유행하던 일본에 만혼과 비혼,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 만혼이나 비혼, 출산율 저하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랫동안 여성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경제적 수단이 여성에게도 주어졌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결혼이 여성에게 'MUST'의 아이템이 아니라 선택지의 하나가 된 것은 결혼에서 벗어나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191쪽
경제적인 문제는 남녀 모두의 결혼 조건이 됐다. 남성이 정규직에 고정수입이 있으면 결혼율이 높다. 여성도 마찬가지여서 미혼 여성들 중에서 정규직 여성들은 무직이나 비정규직 여성들에 비해서 결혼율과 출산율이 높단다. 이십대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경우 만혼과 비혼의 비율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양육의 문제는 여성에게 더 큰 무게로 다가온 셈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다.
책은 1985년 일본에서 형식적으로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만들어진 이후 30년 간 여성들의 실질적인 사회적 지위와 균등의 기회가 보장되었는지,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를 고용과 노동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고용균등법으로 여성의 삶이 좀 나아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한다. 여성의 1%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고 신자유주의 경제는 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일자리를 줄이고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여성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채웠다.
균등법이라는 명목 하에 가사 노동까지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더욱 열악해 졌다. 남성과 여성 모두 신자유주의의 희생물이 되고 일자리가 줄었다. 하지만 그 책임은 오로지 여성에게 돌아왔고 그것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난, 차별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현실적으로는 기업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여성은 여전히 상대적 차별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기업은 신입사원 한 명당 대략 3백만 엔 정도의 채용비용을 들인다고 한다. 한 번 고용하면 정년까지는 해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떠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퇴직 리스크가 높은 여성을 기업은 더욱 꺼리게 되었다.
결국 채용에서의 여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인사 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면 성적에서도 면접에서도 여성 쪽이 훨씬 더 수행능력이 높다고 한다. 7대 3 정도로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지만 최종결과로 채용되는 쪽은 3대 7로 남성이 더 많다고 한다. -78쪽
위험한 건 항상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