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지"... 파킨슨병 있는 동생 챙기는 88세 형

[현장-이산가족 환영만찬] 24일 환영 만찬...25일 '가족끼리' 개별상봉

등록 2018.08.24 21:51수정 2018.08.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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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측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서 북측 홍영옥(60·가운데)씨가 남측 최연소 상봉자인 조카손자 김연준(7)군에게 콜라를 따라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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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임춘식(81) 할아버지와 북측의 형 임기산(87) 할아버지가 식탁에 둘러앉아 그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상봉행사 2회차 환영만찬은 우리측에서 주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금강산은 젖었지만, 다시 만난 가족들이 환하게 웃었다. 계속 비가 내린 날씨 탓에 24일 오후 7시 14분께에 시작된 환영 만찬에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 재킷을 챙겨입었다. 남측 가족이 앉아 있는 자리에 북측 가족이 찾아왔다. 북측 가요 '반갑습니다'가 이들을 반겼다. 남측 가족 몇몇이 "이 노래 남한에서도 유행이었다"라고 설명하자 북측 가족들이 깜짝 놀랐다.

전복과 매생이죽, 해파리냉채와 삼색전 등이 저녁 식단으로 올라왔다. 이날 남측 당국이 준비한 식사는 남북 가족들의 나이를 고려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갈비찜도 나왔다.

2시간만에 봐도 반가워서

2시간만에 다시 만났을 뿐인데, 북측 동생을 만난 박봉임(89) 할머니의 눈은 어느새 붉어졌다. 북측 동생(박영환·85)은 그런 누나의 손을 쓰다듬었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남매의 눈물을 본 열 살 손녀가 곁에서 훌쩍였다.


형보다 열두 살 어린 동생은 휠체어에 몸을 누였다. 편찬옥(76) 할아버지는 파킨슨병이 진행 중이다. 동생의 모습이 안타까운 형(편찬규·88)은 "건강해야 한다"라며 동생을 쓰다듬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측 누나(리근숙·84) 곁에는 네 명의 남측 동생들이 모여 앉았다. 남동생은 누나의 양손을 물티슈로 닦아주고 여동생은 언니의 무릎에 냅킨을 놔줬다. 북측 누나는 그런 동생들을 지긋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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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에서 온 언니 리근숙(84·왼쪽)씨가 남측 동생과 오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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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측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측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가운데)씨와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처음 만난 부자는 똑같았다

부자는 술 한 잔을 못 마시는 것도 똑같았다. 조정기(67) 할아버지는 이날 처음 본 아버지가 술 한 잔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환해졌다. 할아버지는 "저도 요만큼도 못 먹어요 아버지, 조금도 못 먹어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북측 이복동생은 "집안 내력이 조금도 못 먹는다"라며 화답했다.

동생들은 북측 오빠가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찾으며 운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은 오빠와 헤어져 남측에 살았던 아버지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옥희(80) 할머니는 "아이고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 만날 울었다"라며 아버지의 그리움을 전했다. 남과 북, 부자는 서로를 그리며 울었다.

"아직도 헤어진 가족들이 생사마저도 모른 채 이산의 한을 품고 남측에서만 매년 3000~4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운명하고 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은 이날 만찬사에서 이산가족의 현실을 짚었다. 이어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살아 있는 동안에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만나고, 추억이 깃든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산가족 한 분 한 분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라며 "우리는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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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의 우리측 주최 환영만찬이 열린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북측 박용일 이산가족단장이 건배하며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축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용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은 '하나인 민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상봉은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문화도 하나인 우리 민족이 둘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라고 짚었다.

이어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상봉의 열기는 력(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의 리(이)행의지를 더욱 승화시키며 온 강산에 힘있게 굽이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우리 모두는 나라의 분열을 끝장내고 통일의 새 아침을 앞당겨오기 위한 투쟁에서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 나가야 한다"라고 호소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바로 여기에 우리 민족이 부흥하고 북과 남으로 갈라진 친혈육들이 함께 모여 살 통일의 그 날을 앞당겨오는 지름길이 있다"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환영 만찬은 24일의 마지막 일정이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다음날 개별상봉 때 다시 만난다. 25일 상봉 둘째 날 일정은 개별상봉과 객실 중식이다. 이날은 가족들끼리만 방에서 점심을 함께한다. 이후 상봉 마지막날인 26일에 작별 상봉과 공동 중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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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우리측 주최 환영만찬에 마련된 음식.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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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김형신(83) 할머니 가족과 북측의 김형인(85) 할머니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식탁에 둘러앉아 그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상봉행사 2회차 환영만찬은 우리측에서 주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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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양순옥(86) 할머니와 북측의 량차옥(82) 할머니를 비롯한 6자매가 식탁에 둘러앉아 그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상봉행사 2회차 환영만찬은 우리측에서 주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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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강후남(79) 할머니와 북측의 언니 강호례(89) 할머니가 식탁에 둘러앉아 그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상봉행사 2회차 환영만찬은 우리측에서 주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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